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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플레이션’ 우려 커지는데...
천연가스값 폭등 ‘탄소중립 역설’
전문가 탈탄소 등 속도조절 주문

각국이 앞다퉈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으로 천연가스값이 폭등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로써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물가를 압박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전문가들은 아무런 기술적 대안 없이 탈탄소·탈원전을 밀어붙이다 그린플레이션보다 더 큰 혼란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최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배럴당 40달러대 초반이던 브렌트유 가격은 4일(현지시간) 81.47달러까지 폭등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8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같은 기간 석탄 가격은 t당 57.7달러에서 246달러로 300% 이상 급등했고, 천연가스 거래 가격도 100만 Btu(열량 단위)당 2.62달러에서 5.83달러로 2배 넘게 올랐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들이 추진 중인 탄소중립 정책이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탄소중립 정책은 역설적이게도 중국, 인도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심각한 전력난과 함께 석탄, 석유 등 주요 화석연료 가격의 폭등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중국는 전체 전력의 약 68%를 화력 발전에 의존한다. 풍력과 태양열, 원자력 등의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속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급격히 밀어붙이려다 촤근 대규모 전력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중국 등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주요국들이 상대적으로 ‘깨끗한 연료’로 인식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열을 올리면서 LNG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최근 동아시아와 유럽의 천연가스 쟁탈전이 격화하면서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주요 발전 연료인 천연가스의 대부분을 러시아 등지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유럽의 상황도 심각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약 280%나 폭등했다.100% 정도가 오른 미국보다 상승률이 가파르다.

이로써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은 각종 물가 상승을 부추겨 심각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는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9년 만에 최고치인 4.1%를 기록했다.

에너지 한 전문가는 “에너지와 각종 원자재 등 원료 가격이 오르면서 반도체 가격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반도체 가격 인상은 휴대폰부터 자동차까지 연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전 세계가 탈탄소와 신재생 발전 가속페달을 밟고 있지만, 각종 원자재 값은 물론 화석연료 가격조차 폭등하고 있다”면서 “결국 아무런 기술적 대안 없이 탈탄소·탈원전을 밀어붙이다 에너지대란에 이어 글로벌 인플레이션까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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