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다들 줄이는데…토뱅, 신용대출 한도 2억7000만원 고수
타행 대부분 1억 이하
최근 규제흐름과 달라
고신용자 대이동 전망
은행권선 ‘역차별’ 우려
[연합]

[헤럴드경제=서경원·김성훈·박자연 기자] 전 은행권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하는 가운데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5일 공식 출범하면서 최대 2억7000만원이던 당초의 한도를 유지했다. 금융권은 일제히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총량 규제로 손발이 묶인 기존 은행권과 달리 토스뱅크에는 이렇다할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대로면 총량규제가 토스뱅크에 ‘뜻밖의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토스뱅크가 인가를 받으면서 제출한 사업계획과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계획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있다. 인가 과정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올해 말까지 전체 신용대출 목표액은 4693억원이며, 이 중 최소 34.9%인 1637억원은 중·저신용자에게 내줘야 한다.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는 2022년 말 42%, 2023년 말 44%로 확대된다. 카카오뱅크(20.8%), 케이뱅크(21.5%)의 목표치보다 높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토스뱅크에 가계대출 총액을 연말까지 5000억원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뱅크도 이는 수용했다.

하지만 개인 신용대출 한도는 당초 계획했던 연 2억7000만원을 고수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지만, 최고한도가 2억7000만원이다. 다른 은행들은 5000만원 또는 1억원이 한도다. 연봉 2억원인 개인이 다른 은행권에서는 5000만원 또는 1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토스뱅크에서는 2억원 전부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토스뱅크는 중신용자 신용대출을 별도로 두지 않기 때문에 중신용자도 연 소득까지만 대출이 승인된다.

토스뱅크 자본금 규모 2500억원을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5%를 적용할 경우 최대 대출 규모는 3조원 수준이다. 토스는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약 3000억원 씩, 2025년까지 1조원을 증자할 계획이며, 자본금 확충 정도에 따라 대출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업 계획은 2019년에 세워져 올해 일부 보완만 있었기 때문에, 현재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을 6%대 증가하는 것으로 목표잡고 있으며, 거의 대출한도가 다 차 시중은행 곳곳에서 '대출 셧다운'이 일어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출구를 못찾을 경우 토스뱅크로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토스는 당초 사업계획의 정신이나 취지 상 중·저신용자 비중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대출 자산을 늘려야 한다"라며 "빠른 속도로 대출을 늘렸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토스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 출범하는 토스뱅크 입장에선 어느 정도의 유인책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금리·한도를 설정하는 건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넘지 않고, 실수요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방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 입장에선 다소 속상한 측면이 있다”며 “토스뱅크 인가 당시와 지금은 분위기가 엄연히 다르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토스뱅크가 신규 대출 고객을 끌어모으는 것을 넘어 다수의 대환(대출 갈아타기) 고객까지 발생시킬 경우 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객 입장에선 이참에 토스뱅크를 주거래은행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이날 출범식에서 “토스뱅크 역시 시중은행으로서 다른 은행들과 동일한 규제 환경에 놓여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적 방향에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면서도 “영업과정에서 정책 뿐 아니라 시장 상황, 고객 수요와 공급에 따른 대출목표는 유동적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