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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우리 밥상이 불안하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필자는 오랜만에 동네에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찾았다. 명절음식이 지겹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김밥이나 해줄까 해서다. 김밥 재료를 장바구니에 하나씩 담는 와중에 김밥용 게맛살 판매대가 텅 빈 것을 발견했다. 어쩌다 일부 세일제품이 없던 적은 있어도 한 품목 전체가 빠진 건 이례적이었다. 판매대 앞에서 쭈삣거리고 있자 옆 판매대 두부 판매직원이 와 “게맛살 재료 중 일부가 수입이 안돼 브랜드를 막론하고 제품이 없다”고 귀뜸했다.

필자만 ‘게맛살 없는 김밥’을 먹은 건 아닌 듯했다. 게맛살이 명절 대표 요리인 산적(꼬치전)의 주요 재료다 보니 게맛살을 사려고 동네 마트나 슈퍼를 뒤진 주부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맘카페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마트를 가는 곳마다 맛살이 품절됐다. 무슨 일이냐’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필자가 사는 서울 종로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게맛살 품절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른바 ‘명절 게맛살 대란’이라 할 만하다.

이 같은 식품 품절 사태는 비단 게맛살제품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는 감자튀김을 확보하지 못해 햄버거 세트에 감자튀김 대신 치즈스틱을 넣고, 글로벌 샌드위치 브랜드는 치킨패티가 없어 해당 제품을 한동안 팔지 못했다. 모두가 해외 식자재를 제 시간에 공급받지 못해 생긴 일이다. 어떤 업체들보다 재고 시스템이 첨단화된 대기업이나 글로벌 브랜드마저 재고관리가 어려울 정도로 글로벌 물류 상황이 녹록지 못한 것이다.

사실 우리 밥상은 이미 국산 재료로만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019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5.8%에 불과하다. 국내 식품기업의 국산 원재료 비중 역시 31.5%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가공식품에 많이 쓰이는 밀가루와 설탕, 원당류는 모두 수입산이고, 커피나 코코아 역시 100% 수입에 의존한다. 식용류나 옥수수 등도 국산 비중이 2%를 넘지 못한다. 이처럼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다 보니 우리 밥상이 글로벌 물류대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글로벌 물류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해운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4일 4643.7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건화물선운임지수(BDI) 역시 같은 기간 전주보다 9% 오르며, 올해 최고치를 넘어섰다. 세계 경기의 회복 조짐으로 물동량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지만 최근에는 중국 화주들이 높은 운임을 주고 선박을 입도선매하면서 운임이 더 높아졌다. 이에 수출기업들은 웃돈을 주고라도 선박을 구하려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수입 식재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물류대란의 장기화는 우리의 식량 주권을 언제든 위협할 수 있다. 안 그래도 기후 변화로 인해 글로벌 곡물 가격이 요동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까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식량 부족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식량자급률 상승과 같은 국가식량계획은 물론 물류대책 등 식량 주권에 대한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김밥에 게맛살만 빠지지만 앞으론 김밥 자체를 못 싸게 될 수도 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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