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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속으로] 환경 분야 소재·부품·장비 개발 필요하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핵심인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의 수출규제에 나섰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의 공급 차질은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것이었다.

반도체는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이다. 반도체 공정은 600개 이상으로 이뤄져 수백여개의 소재와 장비가 필요한 산업이다. 그중 핵심 소재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디스플레이산업에서도 필름과 점착소재 등 핵심 부품·소재 상당수를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불화수소의 대일 수입이 6분의 1로 감소하는 등 3개 핵심 소재의 대일 의존도가 개선됐다.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100대 핵심 품목의 일본 의존도도 31.4%에서 24.9%로 줄었다. 정부의 적극적 재정 지원과 특별법 개정 등의 규제 완화, 전방위적 협력의 결과다.

특히 코로나19 대확산에도 올해 상반기 반도체산업 부문 수출은 반도체 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의 역대 최고 기록에 버금가는 성과를 냈다.

반도체산업은 물을 매우 많이 사용하는데 이 물을 외국 기술로 만든다. 웨이퍼 제조, 산화, 포토, 식각, 증착 및 이온 주입, 금속 배선, 수율 검사, 패키징의 8개 공정마다 반도체 표면의 오염 방지를 위해 순수한 물로 완전무결하게 세정하는 작업이 필수다.

여기서 순수한 물이란 유기물, 이온과 입자 성분 등이 100만 분의 1 농도, 사실상 ‘0’인 것을 의미한다. 즉 불순물이 거의 없어 전기 전도도가 매우 낮은 물이다. 이를 고순도 공업용수(초순수)라 하는데, 이론적 순수에 가장 근접한 물이다. 체온과 혈당, 체내 이온 성분 등 인체의 항상성 유지에 필요한 깨끗한 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하다.

고순도 공업용수 세계 시장은 연평균 7.1% 성장해 2025년에 61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의 반도체 공장이 집중된 아시아 지역이 시장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술이 선점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에 당시 통상산업성 주도로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산업용 물의 기술 개발을 지원했고, 미국도 일본 반도체산업을 따라잡기 위해 1990년대에 국방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이 생산 공정 국산화 기술개발사업을 시작하며 첫발을 내딛었다. 2025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480억원을 투입해 생산 공정과 설계·시공·운영 기술을 개발한다.

우리나라의 물기술 개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1년 이후 상·하수도, 폐수 처리, 물 재사용시설 등에 필요한 핵심 기자재와 설계·시공·운영 기술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해 분리막, 고도산화 장치 등 주요 기술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약 90%에 이른다. 개별 단위 기술개발에 이어 실증화 과제를 통해 대용량 플랜트 설계와 운영기술력까지 확보함에 따라 드디어 최고 순도의 물 생산에 나선 것이다.

고순도 공업용수의 수질 평가는 10억분의 1 이하 농도 분석을 필요로 하므로 극미량 수질 분석 역량과 이에 관한 성능 인증 체계도 갖춰야 한다.

또 이온교환수지, 열교환기 등 핵심 기자재 개발뿐 아니라 생산된 물을 수질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운영기술과 관망 소재 개발도 필요하다. 이 물은 반도체 세척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점차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산업, 화학과 의약산업, 발전 플랜트 등에서 제품·공정의 수율 향상에 필수적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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