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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집값 잡으려면 ‘말’보다 ‘행동’이 필요

“역사는 문재인 정부를 해방 이후 75년 만에 일본을 넘어선 정부로 기록할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여당 대표 자격으로 한 말이다. 이 발언에 170명의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박수칠 일이 아닌 씁쓸한 ‘웃픈 현실’이다. 같은 브랜드 옷이 도쿄보다 서울에서 비싸게 팔린다. 서울보다 저렴한 식대에 놀랐다는 글도 많다. 서울 집값은 도쿄 집값을 저렴하게 보이게 할 정도로 4년만에 급등했다. 의식주 가격 모두가 일본을 넘어섰다고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집값만큼은 부담스러웠는지, 정부는 여기저기에 새 집을 짓겠다는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2018년 신혼희망타운용 공공택지를 시작으로 수도권 택지 30만호(9·21대책), 지난해 5월에는 서울 7만호, 8월에는 13만호, 그리고 올해 2월에는 전국 83만호가 더해졌다. 이후 발표된 물량까지 더하면 전국에 200만호에 육박한다.

그래도 집값은 여전히 상승 중이다. 심지어 그 폭은 정부 공급대책 발표 때마다 한 단계씩 더 커지는 느낌이다. 도쿄를 넘어 서울이 세계 최고의 주택 가격 도시로까지 발돋움할 기세다.

공급 약속에도 집값이 계속 뛰는 건 시장이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한 까닭이다. 그동안 주택 건설을 가로막는 데 사용했던 규제들이 여전하다. 실제 서울에서 올해 8월 말까지 새로 분양된 아파트는 단 6000호에 불과했다. 기존 주택을 대체한 재건축 조합원 몫이 4200호를 빼면 실제 신규 공급은 1800호에 그친다.

공급을 말하는 정부의 ‘입’과 달리,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으로 전세는 씨가 말랐고 가격도 급등세다. 최근에는 금융 당국이 전세대출까지 옥죌 조짐을 보이면서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다.

결국 이제 남은 해법은 정부의 행동뿐이다. 3기 신도시까지 확정된 마당에 아직 땅도 못 파고 있는 2기 신도시의 모습이 반복되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시도가 정부와 (서울) 시의회에 계속 가로막힌다면 시장은 정부를 계속 불신할 수밖에 없다.

“집값 오른다”는 뉴스가 너무 많아 탈이라는 문 정부 특유의 남 탓은 이제 지지층조차 믿지 않는 ‘정부발 가짜 뉴스’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최근엔 부동산 실정을 국민탓으로 돌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제출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 전략’ 협동연구총서가 화제가 됐다. 국책연구원들이 힘을 모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강하게 질책했다. 시장의 변화를 간과한 채 기존의 규제와 과세 중심 부동산관을 답습하고 있고, 부동산 실정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며 징벌적인 세금 징수에만 몰두했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시장의 주택 수요까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시장 균형을 왜곡하고 있다. 시장기제가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이 연구의 결론을 지금이라도 행동으로 보여주길 시장은 바라고 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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