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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두천엔 이미 투자자 다 들어왔어요”
일부지역 조정대상 지정 현지표정
올 거래·가격 급등하며 불장 양상
가격 조정 없이 매물만 잠길 우려
“진정되겠지만 가격 조정은 글쎄”
“주민들이 가격 부담 떠안게 됐다”
경기도 동두천시 수도권 1호선 지행역 일대 시가지 모습. [연합]

“투자자들이야 이미 다 들어와서 묵혀두고 있죠. 매수 문의가 드문드문 있긴 하지만 분위기는 확 가라 앉았어요. 그래도 가격이 다시 떨어지진 않을 걸요. 급하게 팔려는 사람도 없고...” (경기 동두천시 지행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정부가 지난달 27일 경기 동두천시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현지 부동산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몇 달째 이어졌던 거래 행렬은 끊겼지만 이렇다 할 시세 변동 없이 매도자도 매수자도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동두천 아파트 시장이 최근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송내동과 지행동, 생연동 등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동두천은 올해 들어 그야말로 ‘불장’이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1~7월 거래량이 전년 대비 120% 늘었고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도 지난달 마지막주까지 KB국민은행 집계 기준 31.50%를 기록하며 전국 지자체 가운데 네 번째로 높았다.

수도권 내 몇 안 되는 비규제지역으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노선 수혜 기대감이 유입되면서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포함해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많았다고 분석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두천 아파트 시장에서의 외지인 비율은 지난 5월 40.2%까지 치솟는 등 올해 들어 30%대 후반 선을 유지했다. 작년 초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경기권 다른 도시 거주민이 매입한 사례까지 더하면 외지인 비율은 최고 74.4%에 달했다.

정부의 이번 규제 조치로 당분간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송내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수요 문의는 있지만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부담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고 규제 여파로 급매물이 나오거나 가격 조정이 있을지 관망하는 것 같다”며 “팔 사람은 이미 다 팔았고 다주택자는 세금 때문에 어차피 못 나가니 당분간 물건이 잠기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호가가 직전 최고가보다 수천만원씩 높게 형성돼 있었다. 전세 낀 물건의 경우 호가가 낮은 편이었지만 기존 거래가격보다 싼 매물은 없었다.

지난달 마지막 주말 급매물은 거래가 됐다고 현장은 전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따른 효력이 발생하기 전 계약을 완료하려는 이들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호가가 소폭 조정된 가격이었으나 그마저도 직전 실거래가 수준이었다고 중개업소는 귀띔했다. 실제 지행동 송내주공1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7일과 28일 3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이는 직전 최고가와 동일한 수준으로 1년 전(1억7000만원)과 비교하면 두 배 뛴 가격이다. 해당 평형 아파트 매물은 현재 3억7000만~4억3000만원 선에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과열 현상이 어느 정도는 진정되겠으나 실질적인 가격 조정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지역주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솟는 집값에 서울 북부나 경기 양주 등지에서 밀려온 무주택자들이 대출 등을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조정대상 지정으로 규제가 한꺼번에 작동하기 때문에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겠지만 가격이 크게 조정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면서 “가격적 강점이 있었지만 GTX 영향이 가장 컸다. GTX-C노선이 가시화되면서 기대감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두천시는 지난 1일 국토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건의했다.

동두천시는 장기간 집값과 주택매매량이 하락했으며 올해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주택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시를 낙후도시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두천은 지난해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던 곳이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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