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제·안보전문 ‘저평가 우량주’의 도전...‘집토끼’ 확보가 관건 [대선주자 SWOT 분석 ⑥유승민]
높은 정책 이해도·중도 확장성 ‘강점’
같은편 ‘정통 보수’ 단속력 부족 ‘약점’
경쟁자 尹·崔 ‘비전 부족’ 평가 ‘기회’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은 ‘약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에게 따라 붙는 말은 저평가 우량주다. 자타공인 경제통 후보감이자 국방·외교 등 비전문 분야가 없을만큼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깊다는 것이 유 전 의원을 아는 이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유 전 의원의 특장점은 역시 경제·안보 분야에 대한 독보적 전문성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한 유 전 의원은 4선 중진 출신으로 당 대표와 원내대표, 국회 운영·국방위원장을 두루 지낸 ‘스펙왕’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경선에서 ‘껄끄러운 야당 후보’를 꼽으라는 질문에 후보 9명 중 4명이 유 전 의원을 꼽을 만큼 유 전 의원의 경쟁력은 입증됐다. 문제는 그의 지지율은 긴 세월 한자릿수로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향이자 보수 텃밭으로 거론되는 대구·경북(TK)에서 그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이 있는 점은 뼈아프다. 정치 경력만 20년이 넘었지만, 조직 기반이 그리 강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출마한 바 있는 그는 이번 대선 도전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레이스를 위해 술과 담배까지 모두 끊었다. 그는 약점과 위기를 넘어 대장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학 박사인 유 전 의원은 정치권 내 손꼽히는 경제통이다. 지난 21대 총선 정국에선 일명 ‘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총괄 선거대책위원장과 정책 토론을 하고, 현역 의원 때는 국가의 청사진으로 ‘중부담 중복지’ 설계안을 내놨다. 경제 분야에 있어 독보적 전문성이 높게 평가 받는다. 국회 국방위원장 이력도 눈길을 끈다. 유 전 의원은 병장 출신으로 전직 3성 장군을 누르고 국회 국방위원장에 올랐다. 유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에서도 “큰 그림을 잘 그리고 종합적으로 이해한다”(김광진 전 의원)고 호평을 받을 만큼 안보 정책 이해도가 높았다.

정치적 비전도 분명하다. ‘개혁보수’, ‘따뜻한 보수’다. 그는 이를 통해 특히 중도층, 청년층, 수도권 거주자에게 호감을 사는데 성공했다. 보수 주자가 가장 공략하기 힘든 계층 사이에서 입지를 다진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김형오 당시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유 전 의원의 경쟁력을 알고 그를 수도권용(用) ‘히든 카드’로 간주키도 했다.

그런가 하면, 유 전 의원은 보수 진영 내 대표적인 토론 선수다. 달변가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인정한 실력이다. 유 전 의원은 19대 대선 당시 후보들을 모은 첫 TV 토론회에 나선 직후 복수의 전문가들로부터 “유승민 압승”이란 평을 받았다. 그는 2004년 비례대표 시절 유 이사장(당시 열린우리당 의원)과의 경제 토론에서 이미 입담꾼의 싹을 보였었다. 여당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를 외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지금도 정치권 내 가장 인상적인 연설문으로 언급된다.

유 전 의원의 잘난 점은 약점도 만들었다.

그의 최대 약점은 ‘집토끼’ 장악력이다. 보수 주자가 전통적 지지층인 TK(대구·경북)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은 아픈 부분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공무원 연금개혁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시행령이 상위 법률안 취지에 어긋나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소신에 따른 결단이었다. 그는 직후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인’로 낙인이 찍혔다. 이로 인해 옛 TK 친박(친박근혜)세력으로부터 지금까지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복수의 전·현직 의원들은 유 전 의원을 놓고 “포용력이 약하다”는 평도 했다. 완벽을 추구하는 탓에 모든 일을 직접 관리·감독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백전노장(百戰老將)으로 칭해지는 이력이 있는데도 조직 기반은 그리 강하지 않다는 말이 있다. 유 전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권성동 의원은 유 전 의원의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됐다. 유 전 의원과 함께 개혁보수 노선을 탔던 조해진 의원과 김영우 전 의원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에 합류했다. 윤 전 총장의 상근 정무특보가 된 이학재 전 의원도 한때 유 전 의원과 정치적 동지였다.

유 전 의원 측은 경선 버스가 출발한 후 ‘진짜 게임’이 이뤄지면 유 전 의원이 빛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현재 거론되는 야권 대권주자 중 가장 오래 대선 준비를 한 인사 중 한 명이다. 연금개혁, 육아휴직 3년 보장, 디지털혁신인재 100만명 양성 등 갈고 닦은 공약도 선보였다. 토론과 비전 발표가 시작되면 준비된 주자로 두각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등 신진 주자들이 “비전이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 받는 점도 이와 맞물려 호재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집값 상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경제통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점도 그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줄 수 있다.

그럼에도 좀처럼 두 자릿수로 뛰지 않는 낮은 지지율이 위협 요인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대중에게 매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학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타성을 갖출 방안을 고심해야 할 때”라고 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등 또 다른 경제통 주자들의 등판도 신경 쓰일 부분이다. 그가 사실상 독점했던 경제 전문가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유 전 의원과 함께 정치를 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대선 사령탑에 오른 일은 그에게 기회이자 위협이다.

개혁보수의 폭발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당내 경쟁 후보들의 견제로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 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와 사적으로 가깝다고 해 뒤로 도움을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고 말하기도 했다. 이원율 기자

yu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