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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성 들리고 헬기 맴돌고”…전쟁영화 같았던 아프간 탈출 순간
마지막 빠져나온 최태호 주아프간 대사 화상인터뷰
15일 오전 긴급보고부터 17일 철수까지 긴장 연속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한 가운데 마지막 남은 우리 교민과 함께 카불을 빠져나온 최태호 주아프간 대사는 18일 언론과의 화상인터뷰에서 해당 순간을 영화에서 보던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탈레반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아프간 주민들이 카타르로 향하는 미군 수송기에 빼곡히 앉아있는 모습. [reuters]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마지막 남은 우리 교민과 함께 빠져나온 최태호 주아프간 대사가 전한 탈출 순간은 긴박함 그 자체였다.

최 대사는 18일 기자들과 가진 화상인터뷰에서 아프간을 빠져나오던 순간에 대해 “총소리가 계속 들리고 우방국 헬기가 계속 공항 위를 맴돌며 상황 경계를 하고, 흔히 영화에서 보는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전날 교민 1명, 직원 2명과 함께 카불을 벗어난 최 대사는 아직까지 가족과 전화통화도 못한데다 작은 가방만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탓에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상태였다.

긴박한 순간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외교부 본부와 화상회의중이던 최 대사는 현지 경비업체로부터 탈레반 부대가 차량으로 20분 거리까지 접근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애초 함락 시점으로 예상됐던 9월1일은 물론 대사관 자체적으로 대피 날짜로 검토했던 이슬람 축일 중 하나인 8월19일보다 빠른 시점이었다.

최 대사는 경비업체에 이어 우방국 대사관으로부터도 ‘바로 모두 탈출하라’는 긴급공지를 받았다.

그는 다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우방국 대사들과 전화통화를 시도했는데 통화가 안 되거나 “지금 정말 급한 상황이다. 빨리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최 대사는 곧바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정 장관의 지시에 따라 철수를 시작했다.

매뉴얼에 따라 중요한 문서는 파기하고 잠금장치를 채웠다.

현지인 대사관 직원들에게는 자택이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지시했다.

최 대사 일행은 차량으로 5분 정도 떨어진 우방국 대사관으로 일단 이동했다가 다시 헬기편으로 군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은 이미 아프간 주재 각국 대사관 직원들이 밀려드는 상황이었다.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대사는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가진 언론과의 화상인터뷰에서 아프간을 빠져나오던 순간을 영화에서나 보던 전쟁과 비슷한 상황에 비유했다. [연합]

이런 상황에서 돌발변수가 생겼다.

대사관 직원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교민 A 씨에게 철수를 권고했지만 아프간 현지 사정에 밝았던 A 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업을 정리하겠다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사는 A 씨를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자신을 포함한 공관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사관 직원들은 모두 철수토록 했다.

이날 오후부터는 상황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탈레반을 피해 아프간 군중들이 민간공항으로 몰려들었고 총성이 들리기도 했다.

16일에도 긴박함은 이어졌다.

교민 A 씨도 철수하기로 해 16일 출발 예정인 군용기 자리를 확보했지만 민간공항을 점거했던 아프간 군중들이 군공항으로까지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이륙이 무산되고 말았다.

상황은 17일 새벽 1시께야 정리됐고 마침내 최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과 교민 A 씨는 함께 군용기편으로 아프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

최 대사는 “옛날 배를 타듯 수송기 바닥에 다 모여앉았다”며 “탑승자 대부분은 우선권이 있는 미국인, 저 같은 제3국인, 아프간인도 일부 있었다”고 전했다.

최 대사는 주아프간 한국대사관이 잠정 폐쇄된 상황에서 당분간 카타르에 머물며 아프간 관련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향후 탈레반의 정권 수립 동향이 어떻게 되는지 국제사회 대처를 파악하면서 공동대응에 참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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