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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금융대장주 카카오뱅크…은행들의 ‘독점 예감’

“카카오뱅크는 정말 지금 가치가 맞을까요”

상장 하루만에 시가총액 40조원을 넘긴 9일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워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상장한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상반기 순이익 1조원을 넘겼고, 카카오뱅크의 올해 순이익은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단박에 금융 대장주가 됐다.

‘모두의 은행’이란 카카오뱅크의 슬로건처럼, 이익이 아닌 영향력이 시장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긴장하는 대목이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에 원팀으로 참여하지 않고, 자체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각 금융기관의 대출상품 이동을 중개하는 시스템을 야심차게 추진해왔다. 신용대출을 시작으로 주택담보대출까지 상품을 확대하며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혁신 서비스로, 은행 동참도 독려했다.

시중 은행은 내켜하지 않았다. 기존 고객을 빼앗기는 것도 있지만, 빅테크 종속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결국 은행은 자체 플랫폼 추진으로 가닥을 잡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환대출 플랫폼 추진은 각사 이기주의만은 아니다. 요즘 고객들은 인터넷 검색 등으로 자사 상품만 아는 창구 직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더이상 충성고객에 기대기는 어렵다”면서 “빅테크 플랫폼에 합류하면, 시작은 어떨지 몰라도 종국엔 종속되고 대등한 관계를 가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 싸움(?)이 결국 승리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전략 담당 임원은 “서비스를 디지털로 구현하는 DNA 자체가 다르다”며 “은행권 자체 플랫폼이 빅테크 플랫폼을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당국이 소비자 편의를 위해 하나의 플랫폼을 추진하는 것을 알면서, 어깃장을 놓는 것도 부담이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빅테크 플랫폼이 독점할 경우, 은행은 수수료 책정에서 협상력을 갖기 어렵다. 몇년 후 갑작스런 인상에 은행 자체 플랫폼마저 없으면, 울며겨자먹기로 올려줘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카카오T로 택시호출 점유율 80%를 자랑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서비스 요금을 인상했다.

디지털 혁신은 시대의 요구와 같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상은 빠르게 디지털로 스며들고 있다.

핀테크나 테크핀 업체들이 전통금융기관이 하지 못했던 여러 서비스로 편의를 끌어올린 것은 맞으나, 그간 우리 경제에서 시중 은행들이 기여한 것도 간과할 것은 아니다. 은행들은 기업금융으로 산업의 성장을 돕고 일자리에도 기여해왔다. 디지털화라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 못하고 도태되는 것은 명백한 은행의 책임이지만, 정책적으로 혁신이나 편의의 이름 안에 기존 산업권의 우려나 의견이 경시되는 것도 옳지 않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한눈에 대출 상품 이동이 가능한 편의도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지만, 은행 말처럼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고 수수료를 더 낮추는 것도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승범 새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각국 1급 및 주요 국장과의 첫 티타임에서 “시장 친화적 정책을 쓰고, 금융권 최고경영자와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시장경제는 ‘경쟁’을 바탕으로 한다. 경쟁의 판을 넓히고, 독점을 경계하는 것도 당국의 역할이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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