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부평1공장 내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생산 라인.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르노삼성차, 쌍용차, 한국지엠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생산과 판매량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소치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한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올해 상반기 생산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3% 감소한 24만319대에 그쳤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봤을 때 23만4699대를 생산한 외환위기(1998년) 이후 23년만에 가장 적은 숫자다.

이들 3사의 상반기 국내 판매량 역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4% 감소한 8만8625대로 1998년(7만3169대)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한국GM은 작년 상반기보다 19.3% 감소한 3만3160대, 르노삼성차는 47.8% 감소한 2만8840대, 쌍용차는 34.8% 줄어든 2만662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지엠은 지난 2월부터 감산을 시작하면서 상반기에만 약 4만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의 상반기 생산량은 코로나19 사태의 타격을 입었던 작년(15만9426대)보다도 6.1% 감소한 14만9731대에 그쳤다.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지엠은 창원공장과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효자 모델' 트레일블레이저가 올해 상반기 작년보다 50.0% 늘어난 8만1991대가 수출됐고, 국내에서는 11.4% 늘어난 1만633대를 판매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또한 2023년부터 창원공장에서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를 생산하는 만큼 분위기 전환이 가능하다.

르노삼성차는 판매 부진과 노조 파업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에 작년(6만6414대)보다 22.4% 감소한 5만1522대를 생산하는데 그쳤다.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며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차는 협력업체의 납품 거부로 연초에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데다 모델 노후화와 경영 위기로 판매가 줄면서 상반기 생산량은 작년 같은 기간(4만8158대)보다 18.9% 감소한 3만9066대를 기록했다.

이달 12일부터 평택공장 생산 라인을 주간 연속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등 자구 노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쌍용차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언급됐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가 최근 인수의향서 제출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매각 작업에 '청신호'가 켜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 3사는 한국 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소비자의 우려까지 작용하면서 당분간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국계 3사의 부진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생산량은 앞으로 연간 400만대에 못 미치는 350만대 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