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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훈의 매크로뷰] 파이팅 코리아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박종훈 SC 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 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싱가포르, 홍콩에 있는 동료들이 얼마나 자주 한국에 대해 물어보는지, 또는 딜링룸의 소음이 얼마나 커지는지를 보는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데이터, 정부 고위인사 혹은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관심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요즘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런 관심은 긍정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한국 시장이 매력적이라 느껴 투자를 하려는 것이라면 긍정적이고 한국 시장의 투자를 거둬들이려는 의도라면 부정적이라 하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금융시장 참여자의 기대와 다른 실적이 나오거나 예상과 다른 정부의 정책이 나올 때 관심도가 높아진다. 시장이 투자자의 전망과 달리 움직인다면 투자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미국의 가파른 물가 상승과 성장으로 인해 얼마나 빨리 연준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에 나설까 하는 것이다. 또 이런 연준의 빠른 금리인상이 이머징마켓(EM) 국가의 경제성장과 금융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은 강력한 재정정책과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미국의 예외주의(exceptionalism)는 달러 강세와 EM 국가로부터 자본 유출을 유발하기에 모두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져올 리스크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올리겠다고 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우리나라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져올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으로 금리인상을 고민하고 있으니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듯하다. 아마도 정말 한국이 다른 신흥국들과는 다른 길을 갈 준비가 된 것이 맞는지에 대한 평가를 하고 싶을 것이다.

한국경제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높은 가계 부채, 가파르게 늘어나는 정부 부채,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뿐만 아니다. 여전히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인구가 10%에 못 미치고 있고 확진자 숫자가 일 평균 600여명을 넘기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미 올해 내에 금리인상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성장률과 물가를 보면 금리를 올리는 것이 당연스러워 보인다. 한국은 1분기 전년대비 1.9% 성장을 했고 2분기에는 5% 중반 이상의 경제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하고 있지만 30조원 이상 규모의 제2차 추경이 마련된다면 4%를 훌쩍 넘는 경제성장을 할 것으로 본다. 수출이 지난 6월 20일까지 작년보다 24.1% 증가했고 수입도 21.9% 늘어서서 생산과 투자가 견조할 것으로 전망한다. 물가도 지난 두 달 연속 한국은행의 물가 타깃인 2%를 훌쩍 넘겼고 6월 역시 2%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 또한 지난 세 달 동안 살아나면서 성장, 고용, 물가 등 모든 면에서 단단해 보인다. 자산시장 역시 올 들어 여전히 견조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연초대비 14.9% 상승했고 전국 주택가격이 3% 이상 오르면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기반으로 자산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성장률, 물가, 고용을 이용하여 테일러 준칙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적정 금리는 2% 중반을 넘어갈 것이다. 물론, 이런 성장이 작년의 기저효과로 인한 것이고 내년 이후 다시 성장이 완만해진다면 적정금리는 하락할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 지금의 0.5%보다는 높을 것이니 지금의 금리인상은 적절한 듯하다. 결국 금리인상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금리인상이 현재의 경제 모멘텀을 꺾을지, 자산시장이 급작스레 붕괴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인 듯하다. 그러기에 한국은행 총재는 몇 번의 기회를 통해서 한두 번의 금리 인상을 한다 하더라고 그것이 성장을 저해할 만큼 높은 금리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고 다른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굳이 앞서가야 할지에 대한 우려는 있을 것 같다. 통화정책과는 달리 추경을 통해 경기를 지원하겠다고 정부가 나서는 것도 그런 우려에서다. 작년보다 세수가 30조원 이상 더 걷혀 국채 발행 없이도 재정을 늘릴 수 있다니 다행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동안 우리는 마스크를 잘 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정부 정책에 따라 백신을 맞는 등 성숙한 국민의식을 보여줬다. 팬데믹 동안 한국 제조업은 IT, 반도체, 가전, 선박 이외에도 2차 전지, 바이오 등의 기술 혁신을 통해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많은 신흥국가들은 환율 하락과 자본 유출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이다. 다행이 우리는 이런 걱정으로부터 지금은 자유로운 것 같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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