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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훈의 매크로뷰] 같은 데이터, 다른 해석
박종훈 SC 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박종훈 SC 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0.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모처럼 긴장감이 흐른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 의견이 나올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 해 3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금리를 연 1.25%에서 연 0.5%로 낮춘 이후 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판단에 대해 시장의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통화신용의 운영관리에 관한 정책의 수립을 담당하기 위해 한국은행에 설치된 합의제 정책결정 기구이다. 위원회는 7인으로 구성되고 있고 정책 결정은 다수의 룰을 따르고 있다. 모든 정책에 대해 위원회 구성원이 모두 같은 의견을 내는 것은 아니어서 종종 소수 의견도 나온다. 보통 시장에서는 소수 의견이 있을 경우 두세 번의 다음 회의에서 통화정책이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서 소수 의견은 향후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중요한 시그널로 비춰진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전원일치로 동결했다. 금통위 며칠 전부터 금융시장은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고 금리 커브가 완만해지면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당일 기준금리를 전원일치로 동결하였음에도 다음 날부터 금리가 상승하면서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럼 전원일치의 동결 결정임에도 왜 시장에서는 이런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금리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의 관계이다. 물가가 오르고 경기 과열 양상이 보이면 기준금리를 올려서 시장의 과열을 막아야 한다. 지난 27일 한국은행은 2021년 한국경제의 전망치를 수정 전망하면서 성장률을 3.0%에서 4.0%로, 물가를 1.3%에서 1.8%으로 상향 조정했다. 즉 한국은행이 석 달 전 전망했던 것보다 한국경제의 성장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일견 현재의 기준금리를 조금 상승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전망보다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경기가 과열됐다고 보진 않는다. 과열의 잣대인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우리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대략 2% 초반으로 본다. 그렇다면 4% 성장은 잠재성장률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로 금리를 올려야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1%였던 것을 감안하면 2년 성장률 평균치가 1.5%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못 미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당장은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될 듯하다.

둘째로 중요한 것이 물가이다. 중앙은행의 최우선 정책목표는 물가를 잡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2%의 물가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물가가 너무 낮은 것도 너무 높은 것도 소비와 생산의 유인을 억누르고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기에 2% 대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려 한다. 물가가 2%을 넘어 간다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높여 소비에 대한 유인을 억누르려 할 것이다. 올해 물가를 1.8% 정도로 전망한다니 아직은 물가 우려는 없어도 될 듯하다. 하지만, 지난 달 물가가 2.3% 올랐고 5월 물가 상승 역시 2.7%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서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 낮은 유가에 대한 기저효과,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체인의 문제 그리고 보복 소비로 인한 것이다. 비록 물가 상승이 3~4분기에 둔화될 것이라 전망하지만 확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셋째로 중요한 것이 금융의 안정성이다. 시장 금리가 너무 낮을 경우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자산에 투자하고자 하는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가구가 집을 사기 위해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음으로써 가계부채가 늘고 집값이 오르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2007년 미국 금융위기에서 경험한 버블붕괴를 우리가 직면할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GDP 대비 100%를 넘어섰고 향후 금융안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높은 가계부채가 그 원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종합해보면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될 듯하고 동결해도 될 듯하다. 그러기에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잡기가 어렵고 시장의 변동성도 높아진 것 아닌가 싶다. 현재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효과가 하반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지속적으로 백신 보급이 빨라지고 코로나19에 대한 통제가 잘 이뤄진다면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섣부른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을 억누를 수 있기에 중앙은행은 정책 실행에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1%포인트의 경제성장률 상향에도 주식시장이 웃을 수 없는 것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기가 아직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요인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는 얘기이다. 다만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다음 통화정책의 변화는 현재의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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