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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한강 의대생 사건과 ‘사이버 레커’

최근 눈에 띄는 신조어가 ‘사이버 레커’다. 인터넷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연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슈가 되는 각종 사건·사고에 대해 이를 짜깁기하거나 비판하는 영상이나 글을 올리는 유튜버, 인플루언서, 인터넷 커뮤니티 유저 등을 일컫는 단어다.

교통사고 차량을 먼저 ‘접수’하기 위해 고속도로 역주행까지 서슴지 않는 레커(견인차)처럼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어떠한 이슈든 달려들어 ‘참전’하는 이들의 모습에 이 같은 신조어가 생겨났다. 사이버 레커의 타깃은 정치 같은 ‘거대 담론’부터 특정 커뮤니티 내부의 소소한 뒷담화까지 다양하다. 다만 이들은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것을 교묘히 섞을 때가 많다. 이른바 사이버 레커로 세간에서 일컬어지는 이들의 문제는 바로 확인의 부재다. 사실 확인 절차 없이 의혹 수준의 내용을 그대로 방송하는 것은 차라리 애교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확인된 사실과 다른 사람의 콘텐츠에 슬쩍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섞어 진실처럼 보이게 하는 ‘잔꾀’도 쓴다. 논란을 키우고 조회 수를 더 늘리기 위한 방법인 셈이다.

지난해 사이버 레커들의 행태를 다룬 한 지상파 방송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이들에 대해 “사실 확인 없이 방송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애초에 없어 보인다”고 일갈했을 정도다.

사이버 레커들이 확인도 없이 여기저기 기웃대는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실제 유명 유튜버가 되면 억대 연봉자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과세사업자 유튜버 중 국세청에 지난해 하반기 수입을 신고한 사업자는 330명으로, 1인당 월평균 수입은 약 934만원이나 됐다. 그러다 보니 사이버 레커들의 기세는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른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에서도 이들의 ‘활약상’은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조회 수를 올려 돈을 벌려고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구독자가 약 140만명인 한 유튜브 채널은 그동안 정부 비판 방송을 해오다가 지난 11일 이후 손정민 씨 관련 영상을 30개 가까이 올려 많게는 10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얻었다. 자신을 무속인이라고 밝힌 일부 유튜버는 점괘를 근거로 손씨의 사인을 밝혀냈다면서 외압으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이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유포한다는 데 있다. 일부 유튜버는 ‘(손씨)실종 당일 누군가 밀쳐 추락한 거로 보이는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손씨가 산 채로 한강 물속에 버려졌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

이 같은 행태가 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경찰은 최근 해당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확산하는 ‘가짜뉴스’에 대해 위법 소지를 따져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초기에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경찰이 밝힌 이상 당분간 지켜보는 것이 순리일 듯싶다. 이 사건에 뛰어든 사이버 레커들의 행태가 혹세무민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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