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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유 식자재 많은 한국은 기회의 땅”
셰프열전
로크 ‘조각보’ 부총주방장
깻잎·달래·두릅...나물 매력적
여성 셰프들과 4인조 탐험대
전국 핫플레이스 돌며 요리 영감
한국인 트렌드 민감, 입맛 섬세해
안다즈 서울 강남의 메인 레스토랑 ‘조각보’에 있는 ‘씨푸드 그릴’. [안다즈 서울 강남 제공]

“친숙한 레시피도 새로운 식재료와 만나면 전혀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한다. 호텔이 위치한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식재료를 친숙한 음식으로 만들어 새로운 다이닝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호텔 그룹 하얏트 계열의 안다즈가 서울 압구정에 입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얏트의 럭셔리 부띠크 호텔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압구정 상권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감에서다. 특히 호텔의 저층부에 자리 잡은 F&B(Food & Beverage) 매장의 성과에 따라 호텔은 물론 상권 전체의 부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같은 중책(?)을 맡은 안다즈 서울 강남의 메인 레스토랑 ‘조각보’에는 싱가포르 출신 조세핀 로크 부총주방장이 있다. 싱가포르 출신의 젊은 여성 셰프로, ‘로컬 푸드’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인물이다. 로크 셰프는 신선한 식재료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로컬 푸드에서 답을 찾았다. 싱가포르에서 로컬푸드 운동을 실천하는 스타 셰프 라이언 클리프트와 함께 일했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한국은 작은 나라이지만 정말 많은 고유의 식재료와 요리법이 발달해 있다”며 “요리사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로크 셰프가 한국 음식 중에 특히 주목하는 요리는 바로 ‘반찬’이다. 서양에서는 보통 채소를 있는 그대로 먹거나 데치고 굽는 간단한 방식으로 요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무침, 튀김, 구이, 조림 등 다양한 요리법으로 채소에만 집중하는 요리를 하고 이를 ‘반찬’이라고 말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크 셰프는 “깻잎, 달래, 섬초, 두릅 등 계절이나 지형에 따라 각기 다른 맛과 향이 나는 나물이 매력적”이라며 “더 놀라운 점은 한국의 주부들은 이 재료들을 어떻게 즐겨야 맛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싱가포르 출신인 그가 한국 식재료를 어떻게 공부했을까. 답은 ‘발품’이다. 그는 안다즈 서울 강남에 부임하자 마자 이곳의 여성 셰프들과 ‘4인조 식재료 탐험대’를 결성했다. 2030세대의 동년배 셰프들과 함께 1~2달마다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의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녔다. 서울의 노량진·가락시장은 물론 부산 자갈치 시장, 제주도와 인천의 지역 시장 등을 두루 누볐다. 그는 “한국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식재료와 이를 이용한 요리를 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요리의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제주도 출신 동료 셰프의 추천으로 갈치젓갈을 맛본 후 영감을 얻어 멜젓 파스타를 개발했다. 짭짤한 감칠맛이 일품인 김에서 받은 느낌을 이용해 해초 버터를 만들었다. 독특한 향을 품은 달래로는 페스토(가열하지 않은 그린소스)를 만들기도 했다. 조각보 내 씨푸드 그릴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조개 스튜는 해산물의 잡내를 잡고 풍미를 살리기 위해 화이트와인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술인 막걸리를 넣었다.

로크 셰프는 “한국인들은 누구보다도 트렌드에 민감하고, 요구나 입맛도 모두 섬세하다”며 “‘모두의 마음에 드는 요리를 선사하는 것’이 때로는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오히려 끊임없는 요리 개발에 대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며 “조각보 레스토랑이 한국 어느 곳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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