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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LH 사태'의 파장, 어디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심상치 않다. 여당은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여당의 근심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가 지난 12~13일 이틀간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이번 LH 사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유권자는 75.4%에 달했다. 이 정도 수치라면 더는 분석이 필요 없을 정도다. 여당은 이번 사태가 대선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할 듯하다.

그런데 일반적인 경우로 유추해보면 대한민국에서는 워낙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가 줄을 잇기 때문에 LH 사태 자체가 대선까지 직접적인 영향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간접적인 영향력은 충분히 그 생명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번 LH 사태는 두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공정’, 다른 하나는 여권이 검찰개혁이라는 이름하에 밀어붙인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다.

현 정권 들어 공정은 중요한 화두였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다”는 대통령의 취임사는 충분히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런데 기대는 지난 평창 올림픽 때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모두 기억하겠지만 당시 정권 측은 ‘한반도 평화’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겠다고 나섰다. 올림픽을 준비해온 젊은 선수들의 꿈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많은 젊은이는 문재인 정권의 공정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 이후 ‘인국공 사태’ 등을 거치면서 의구심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LH 사태까지 터졌다. 일반적으로 특정 사건 자체는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랜 시간 동안 축적돼 온 문제의식이 특정 사건으로 폭발해 버리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즉, 정권 초기부터 공정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이어져 오다가 이번 사건을 맞았기 때문에, 사안의 심각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고, 불공정이라는 단어는 국민들 뇌리 속에 더욱 선명하게 각인될 것이라는 말이다. 바로 이런 측면은 대선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 LH 사태 수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중심으로 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전담하고 있다. 그런데 여권의 주요인사, 그것도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전 장관이 ‘특검’을 들고 나왔다. 여당은 곧바로 호응했다. 분명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밀어 붙일 때,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LH 사태 수사가 “국가수사본부의 수사역량을 검증받는 첫 번째 시험대”라고 말할 때만 해도, 여당 스스로 특검을 주장하고 나올지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여당이 특검을 들고 나온 것을 보면, 자신들이 봐도 지금까지의 중간 수사 결과를 국민들에게 받아들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앞으로도 이런 유사한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더 심각하다. 수사 역량이란 수사 노하우에서 나오는데, 이런 노하우는 얼마 동안의 경험이 있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축적해온 투기 혹은 다른 ‘화이트칼라’ 범죄와 관련된 수사 역량을 갑자기 경찰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뜻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 문제 역시 대선까지 여권을 괴롭히는 사안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여권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덫에 걸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은 여권이 고집과 아집을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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