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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미래의 재정절벽, 증세로 해결될 상황을 넘어섰다

절차의 공정을 강조하는 이번 정부는 즉흥적·무원칙·독단적인 정책 결정이 특징이다. 위대한 지도자와 성공하는 국가는 백년대계(百年大計)와 같은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우리 조상은 역사를 통감(通鑑)이라고 불렀다. ‘감(鑑)’은 ‘거울’이라는 뜻으로, 과거의 잘못을 거울에 비춰보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의미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종 “세금 퍼주기” 정책의 부작용에 일말의 걱정이 생겼는지 일부에서 증세를 거론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에도 건강한 체질을 유지하는 것은 힘이 들고 고통스럽지만 허약하고 병든 체질로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즉흥적·무원칙적으로 먹고 마시고 무질서하게 생활하면 금세 병들게 된다.

건강한 국가의 지표 중 하나가 재정건전성이다. 2017년에 국민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37%였는데, 올해는 50% 전후, 아마도 몇 년 내에 6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여 만에 국가체력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한 번 둑이 무너지면 급류처럼 흘러나가는 물길을 잡는 것은 매우 힘들다. 후손에게 짐이 될 수 있는, 500억원 이상 세금이 들어가는 도로·공항 등 대규모 공사는 경제성·환경성 등 여러 문제를 사전에 검토하는 게 재정의 원칙이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에 들어가는 세금이 28조원(일부 부처는 7조원)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인데도 세금 투입의 경제성, 환경파괴 평가 등을 생략하고 졸속으로 결정했다. 국내 지방 공항 중 유일하게 흑자인 공항은 제주공항 하나뿐이다. 나머지 공항은 만성 적자로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부산에 세금 먹는 적자 공항 신설을 졸속 확정한 것이다.

코로나19 3차 지원금 지급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 만에 20조원의 4차 지원금을 3월 중 지급한다고 추경예산을 서두르고 있다. 조만간 다가올 재정절벽은 기업과 국민의 증세로 해결될 상황을 넘어섰다. 이미 세금폭탄 수준으로 양도세·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은 올랐다. 소득세도 올해부터 45%로 최고세율을 인상했고, 법인세도 정권 초기 25%로 올려 큰 폭의 세금 인상은 쉽지 않다.

반면 향후 세금청구서는 공무원 17만명 증원 인건비 약 300조원, 내년부터 전 국민 신생아 아동수당 지급, 65세 이상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기초연금 확대, 예비타당성 평가를 생략하고 착공한 122건 국책사업(가덕도공항 미포함)의 100조원 등 무수히 대기 중이다.

국회 추계에 따르면 전체 국가부채는 올해 말 1000조원에서 9년 후에 2000조원으로 2배 폭증한다. 가덕도공항, 4차 재난지원금,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의 선심성 예산을 고려한다면 국가채무 2000조원 시대는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향후 날아올 세금청구서는 정부 부문 외에도 더 있다. 탈원전으로 인한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채무 폭증, 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추가적인 적자 발생도 조만간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그리스의 전직 총리가 “국민이 좋아하면 무조건 주어라” 정책으로, 공짜 좋아하는 유권자들을 잡아 집권을 연장한 바 있다. 그 결과가 국가부도에 처해 근근이 연명하는 오늘의 그리스 상황이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매표에 눈이 먼 정치인이 재정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를 현금출납 담당의 경리과 수준으로 폄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묻지 마 세금 퍼주기’를 국민이 심판하지 않는다면 재정절벽 해결은 어렵다. 많은 전문가가 ‘애프터(after) 코로나’가 아닌 ‘위드(with) 코로나’ 대비를 조언한다. 미래의 재난에 대비하는, 건강한 국가재정이 더욱 필요하다. 과거 공직자에게 요구한 ‘사무사(思無邪,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를 우리 국민이 되새겨야 하겠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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