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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이 쏘아올린 ‘쩐의 전쟁’…현금 쌓아둔 유통가, 실탄 쏘나 [언박싱]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추진과 더불어 국내 e-커머스업계(전자상거래)가 재평가를 받으면서 올해 유통가의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쿠팡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을 한국 시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한층 더 치열해진 경쟁을 예고한 만큼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특히 인수·합병(M&A) 이슈도 올 한 해 유통가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 요기요처럼 시장에 나온 대형 매물 외에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곳도 많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 속에 투자가 부진했던 만큼 대형 M&A나 투자에 뛰어들 ‘실탄’도 장전했다는 분석이다.

재평가받는 이마트, 올해 5600억원 투자
SSG닷컴 온라인 자동물류센터 네오 내부 모습. [SSG닷컴 제공]

이마트는 18일 실적 공시와 함께 올해 56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투자금액의 총 37% 규모인 2100억원을 할인점 리뉴얼 등에 투자한다. 또한 시스템 개선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에 약 1000억원을, 신규점 오픈이 예정된 트레이더스에도 1100억원 투자를 계획했다.

쿠팡 상장과 함께 SSG닷컴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가운데 이마트는 온·오프라인 협업을 강화하며, 옴니채널마트, 신규 PP(Picking&Packing) 모델 점포도 선보일 예정이다. SSG닷컴은 지난해 총거래금액이 53.3% 증가한 3조9236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22% 더 늘어난 4조8000억원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쿠팡 상장과 더불어 네이버커머스, 쿠팡, SSG닷컴의 3강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SSG닷컴은 이마트를 기반으로 신선식품 경쟁력이 높고, 올해는 온라인 전용상품 개발 및 데이터 통합·고도화를 통한 타깃마케팅으로 경쟁력을 더 높여갈 계획이다.

이마트가 투자에 적극 나선 것처럼 올해 유통가의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이 부진을 겪으면서 구조조정 몸살을 앓았던 업계는 올해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곳들을 비롯해 M&A 이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유통기업별로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서 어떻게 움직일지 이목이 쏠린 것. 시장에서는 쿠팡이 수조원대의 자금을 수혈한 다음 행보로 M&A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각종 딜에 관심이 커졌다.

격전 앞두고…‘실탄’ 얼마나 있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의 모습. [연합]

유통가에서 거론되는 대형 매물은 이미 수조원대 딜로 규모가 크다. 대표적으로 이베이가 매각을 공식화한 오픈마켓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의 가치는 5조원 정도로 추산되며, 배달플랫폼 요기요는 1조~2조원 정도로 거론된다.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곳도 많다. 가령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소유한 홈플러스도 종종 매물로 거론되고, 상장 이슈가 있는 곳도 입에 오르내린다. 높은 매각가에도 대형 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유동자산, 차입 여력 등 유통기업들의 자금 동원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커머스업계에서 뒤처진 대기업들의 경우 단숨에 규모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에 끊임없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커머스 분야를 확장하고 있는 IT업계도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실탄도 작지 않다. 각사가 공개한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예금(연결 기준)은 롯데쇼핑 3조8770억원, 이마트는 1조1133억원이다. 롯데쇼핑이 크게 높지만 회사별로 현금 보유, 투자 성향이 달라 단순히 이 수치로는 비교가 어렵고, 중요한 문제는 과연 돈을 쓸 필요성과 의지가 누구에게 얼마만큼 있느냐다.

특히 롯데는 e-커머스 경쟁력이 약화된 만큼 돌파구 마련이라는 점에서 잠재적 인수 후보군에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롯데온이 시장 및 경쟁사 대비 외형 성장이 저조하다”며 “쿠팡 상장 시 플랫폼 외형 성장 저조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경제연구원이 집계한 100대 기업 투자액 업종별 현황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반도체나 통신은 투자액이 증가했지만 유통은 전년 대비 투자가 56.7% 감소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유망 분야에 투자가 집중된 반면 유통기업들은 현금 자산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와 쿠팡의 행보로 변화가 가속화된 만큼 ‘올해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치열하다”며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쿠팡은 물론 기존 유통강자들도 적극 각종 딜에 뛰어들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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