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매번 ‘하나 마나 청문회’, 아예 없애는 편이 낫지 않은가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9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극히 실망스럽다.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은 물론 전문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다. 이를 통해 국민은 후보자가 해당 업무수행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따져보고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는 이런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언제까지 하나 마나 한 청문회를 지켜봐야 하는지 자괴감마저 든다.

이날 청문회 역시 부실 사례는 일일이 열거가 어려울 정도다. 국민의 마음을 후벼팠던 이른바 ‘3인가족 60만원 생활비’ 등에 대해 황 후보자는 전혀 소명하지 못했다. 그는 “60만원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 실제 생활비로는 300만원 정도 썼다”고 둘러댔다. 카드로만 지출한 게 연간 720만원이지, 집세와 보험료 등은 빠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가 됐던 2019년 3인 가족 평균 생활비가 298만원이다. 그러면서 그는 열흘 넘도록 스페인 전역을 돌며 가족여행을 즐겼다. 이 비용은 또 무엇으로 충당했다는 말인가. 머리를 집에서 자르고, 명절선물로 식생활을 하는 가족의 스페인여행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2018년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 의혹도 제대로 된 해명 없이 넘어갔다. 지도교수가 국회 국토위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의 일부와 내용이 일치한다는 주장을 야당 의원이 제기한 것이다. 당시 황 후보자는 국토위 소속이라 더 명쾌한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는 “용역보고서는 본 적도 없다”고 부인했고, 대조를 위한 원문 제출 요구는 “파쇄했다”고 강변했다. 의혹을 해명할 의지가 있기는 한지 의문이다.

이런 식의 ‘맹탕 청문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번번이 그 양상이 비슷하다. 야당은 재탕, 삼탕 같은 의혹을 반복 질의하고, 후보자는 무성의하고 판에 박힌 해명으로 일관한다. 그러다 말문이 막히면 ‘부적절했다’며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다. 바짝 엎드려 몰아치는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불리한 자료 제출 요구는 갖은 핑계를 대며 응하지 않는다. 이런 후보자를 여당 의원들은 감싸기에 급급하다. 이젠 관례가 됐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황 후보자 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거부할 게 확실해 보인다. 이에 관계 없이 대통령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현 정부 들어 30번가량 있었던 일이다. 이런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제도라면 국력 낭비와 사회적 갈등만 야기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편하거나 차라리 없애는 편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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