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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하는 치유자 권준희, 세월호 아이들을 추모하다
추모음반 ‘생일시 앨범 프로젝트’ 기획·제작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희생자를 위한 음반을 기획·제작하고 있는 가수 권준희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사진=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특별한 음반이 나온다. 총 10곡이 실린 ‘생일시 앨범 프로젝트’다. 이 음반에는 노래하는 치유자인 권준희, 배우 박호산 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심리기획자 이명수 부부가 참사 직후 경기도 안산에서 만든 ‘치유공간 이웃’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심리치유 공간이다.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와 자원봉사자(이웃치료자)들은 여기서 매달 아이들의 생일 모임을 진행하고 추억도 나눈다. 세월호 관련 도서 읽기도 치유 활동 중 하나다.

‘엄마 나야’는 별이 된 34명의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이다. 34명의 시인들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받아썼다고 한다. 이 중에서 10명의 아이들에 대한 노래를 만든 게 ‘생일시 앨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가수 권준희가 3년전 버클리 음대 출신인 김정은과 합을 맞춰 시작했다. 기획과 제작, 프로듀서까지 맡은 권준희는 ‘우리들의 시간은 꽃이었어요’ ‘따뜻해졌어 지혜’ 등 2곡을 불렀다.

사진=이상섭 기자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조선대를 다닌 그는 단과대 학생회장으로 91년 ‘전시접수국 지원협정 반대 투쟁’을 이끌다 구속되기도 했다. 취업이 되지 않아 어린이 글쓰기 연구소 ‘도토리 나무’를 만들어 생활 글쓰기를 가르쳤다.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생활의 글쓰기다. 자기 생활을 들여다보면 매일 똑 같은 것 같지만 어느 한 순간의 한 가지 내용을 뽑아 써보면 다 다르고 그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이걸로 상담 공부도 하게 됐다.”

광주 지역에서는 어린이 글쓰기와 상담사로 유명해졌다. 숭실대에서 상담 전공으로 석사학위도 땄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해인 2014년 남편을 대장암으로 잃었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의 아이 둘을 두고 있었다.

“남편 장례를 치르고 죽을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살아야 하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주위에서 숨을 쉬려면 노래를 하라고 했다. 친구가 준 10곡을 부르고 앨범을 내며 살아났다. 노래가 날 살렸다.”

그런 큰 상실을 겪었던 권준희는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세월호 3년상을 준비하는 상주 모임’에도 적극 나섰고, 전국을 도는 세월호 진실버스가 광주에 왔을때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그런 마음으로 ‘생일시 앨범 프로젝트’도 이끌고있다.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내가 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나는 노래하는 사람이니까. 노래는 치유하는 힘이 있다.”

권준희는 교도소, 미혼모 센타, 정신병원 폐쇄병동, 광장 촛불집회 등에서 아프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통기타 하나 들고 생목으로 노래한다.

차분하고 맑은 음색은 그런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자작곡인 ‘너 꽃보다 꽃다운 사람아’를 비롯해 ‘걱정말아요 그대’ ‘인연’은 자주 부르는 노래다. 10년간 교회의 찬양단 리더였던 그는 2015년 CCM 음악으로 1집을 냈을때는 맨발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나님에게 다 벗고 가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권준희는 어릴때부터 음악에 재주를 보였다. 중학교때 그의 독창을 보고 일본예술중학교 교장단이 유학을 보내라고 했을 정도다. 평소에도 K팝 듣기를 즐긴다. ‘슈퍼스타K’시즌4에도 나갔다. 노래 자체가 가진 힘을 믿는다.

왼쪽부터 가수 권준희, 배우 박호산. 사진=이상섭 기자

그는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 미친듯이 일했다고 한다. 글쓰기 강의, 노래 부르기, 상담 요청이 오면 밤에도 달려갔다. 세월호 추모 음반 ‘생일시 앨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그의 바람을 들어봤다.

“기억해줬으면 한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한편, 배우 박호산은 이번 음반에 한 곡을 부르며 참가한 이유에 대해 “좋은 일이니까요”라고 말하며 “시간이 지난다고 잊혀지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밖에도 뮤지컬 배우 정영주, 가수 시와, 뮤지컬 배우 이창용, 락밴드 보컬 장군, 밴드 빈시트의 보컬 송지아, 퓨전국악인 이다은, 작곡가 나비연도 기꺼이 목소리를 기부했다. 버클리음대 출신의 김정은, 국민서관 출판사업부 목선철 본부장, 나비연, 정다혜, 음악가 김지윤 등은 작곡을 맡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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