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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에 멈춰버린 지구…"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건 착각"
갤러리 바톤, 日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타츠오 개인전

Tatsuo Mitajima, Counter Gap 1989/2019, L.E.D., IC, electric wire, steel frame 597.6 x 11 x 7.3 cm [사진제공=갤러리바톤]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기계식 숫자가 차례로 점멸한다. 1부터 9까지 순서대로 넘어가는데 각 유닛의 속도는 제각각이다. 점멸하는 LED 불빛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며 명상 하는 느낌도 든다. 일본의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타츠오의 작품이다.

미야지마 타츠오는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시간을 LED, IC 등 전자 소재를 통해 시각화 했다. 일부는 빠르게 변하고 일부는 천천히 변한다.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흐르고 있지만, 그 시간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에게는 상대적이다. 하루가 한 시간 처럼 짧은이도 있고, 반대로 너무나 천천히 흘러가는 사람도 있다. 타츠오는 대상들의 개별성을 서로다른 카운트다운 속도로 은유한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입구 바닥에 설치된 작품도 같은 맥락이다.

타츠오의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한남동 소재 갤러리바톤은 지난 26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Connect with Everything(모든 것은 연결된다)'전을 개최한다. 대표작인 LED시리즈와 근작 페인팅이 나왔다. 특히 언스테이어블 타임(Unstable time)시리즈와 히텐(Hiten)시리즈가 첫 선을 보인다. 작가의 기존 작업들은 철제 구조물 혹은 벽체, 단단한 바닥에 고정되는 형태였다면 신작들은 천에 박음질하거나 불규칙한 형태로 배열된 나무판 위에 하나씩 위치한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예측 불가능한 2020년의 자화상이다.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타츠오는 "코로나19로 촉발된 팬데믹 시대에 들어섰다. 인간은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전을 무기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자연이라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Tatsuo Mitajima, Unstable Time S - no.52020Light Emitting Diode, IC, electric wire, nylon fabric, switching power supply 220 x 220 x 1 cm, dimension variable [사진제공=갤러리 바톤]

기계식 숫자 유닛은 해석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1998년 나오시마 섬 카도야 하우스에 설치된 '씨 오브 타임 98 (Sea of Time 98)'에서는 125명의 섬 거주민이 각각 LED 속도를 설정했다.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에서 선보인 '메가 데쓰(Mega Death)'에서는 2400개의 청색 LED가 20세기 각종 전쟁과 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을 뜻했다. 이제는 인간 개개인을 상징하던 것에서 모든 생명체로 확장 됐다. 작가는 "(개별 LED는) 모든 인류의 시간이자,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사고의 확장에는 '인류세'(인간의 활동이 지구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깔려있다. 당장 코로나19가 인간의 활동반경을 제한하듯, 자연재해와 기후변화로 인간의 삶이 이전과 같을 수 없음을 예술을 통해 역설한다.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멈출 수 있는건 바로 인간들이고, 예술이 이같은 깨달음을 줄 수 있다"

흐느적거리는 천에 매달린 LED 유닛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카운트다운을 이어간다. 천은 언제든 찢어질 수 있고, 구겨질 수 있고, 망가질 수 있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21세기 인간의 삶도 이렇게 벼랑끝에 서 있다. 작가는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고있는지도 모른다.

1957년생인 미야지마 타츠오는 1986년 도쿄예술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1988년 제 43회 베니스비엔날레 연계 전시인 '아페르토 88(Aperto 88)'전에서 선보인 300개의 점멸하는 LED 시리즈로 일약 유명세를 탔다. 국내에서는 2002년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2019년엔 산타바바라 미술관 개인전, 모리미술관 일본 현대미술 거장 특별전인 '스타스(STARS)'참여했고, 올해는 치바 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대영박물관, 테이트 컬렉션, 카르티에 재단,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 돼 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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