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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코로나19 시대 여가문화

코로나19는 여가 트렌드를 변화시켰다. 해외여행에서 국내여행으로 바뀌고, 패키지투어에서 FIT(자유여행)로 전환됐다. 자연 속으로 ‘히든 스폿’을 찾아다니는 행위가 보편화됐다. 한동안 주춤하던 캠핑은 ‘차박’ 형태로 활기를 띠고 있다. 밤이 되면 작은 알전구로 장식된 ‘차박’ 모습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여가 트렌드가 코로나19로 인한 프라이빗 문화와 결합해 더욱 개인화·원자화·가족화의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여행은 역사적인 공간 등 전통적 관광지보다는 사진을 찍었을 때 예쁜, 호젓한 장소가 선호됐었다. 주변의 세련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잔과 케이크를 곁들이다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여가와 여유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소규모 문화,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화하는 문화가 가속화됐다. 특급 호텔 이용도가 크게 늘어난 것도 개인화와 가족화가 반영된 현상. 여가 플랫폼 ‘야놀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3개월간 국내 4, 5성급 고급 호텔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2%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택폭이 좁아진 소비자들이 비용 대비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숙소에서의 ‘호캉스’를 선택하고 있다.

‘나 혼자 산다’의 디지털 스핀오프인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는 세 명을 넘지 않는 ‘스몰놀이’다. 코로나19 시대는 규모를 키울 수가 없다. 작고 단순해도 재밌는 것은 많다. 코로나19 시대 여가와 엔터테인먼트 트렌드는 ‘분산’이다. 지역관광 활성화 열쇠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우리는 압축성장을 겪은 후 어떤 라이프스타일로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 닥친 코로나19는 우리가 선택할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할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위해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 몇몇 있다.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의 차은석 캐릭터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그에게 ‘번아웃증후군’이 찾아와 무기력해지면서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바닷가 소도시로 이주해 슬로라이프를 살아간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가 앞만 보고 달리는 기계적인 삶이 아니라 옆과 뒤도 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지녔다면 그 또한 매력적이다.

‘효리네민박’도 앞으로 우리가 선택할 만한 라이프스타일 모델 중 하나가 될 만했다.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문명에서 자연으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더하기에서 빼기의 삶이다. 이런 삶은 코로나19 시대 여행 트렌드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참고할 만한 사례는 대박이 난 ‘강진에서 1주일살기’다. 전남 강진의 농촌민박과 농촌체험을 합친 여행 프로그램으로 ‘푸소(FUSO)’로 불린다. ‘Feeling-Up, Stress-Off’의 줄임말로, 감성은 쭉 올리고 스트레스는 확 날려버리는 프로그램이다. 대박 비결은 1인당 15만원만 내면 6박7일간 아침저녁을 제공해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승옥 강진군수는 “코로나19 시대에도 인기를 끈 건 타인과 섞이지 않는 독립된 여정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난도 교수팀이 쓴 ‘트렌드코리아2021’의 주목할 만한 콘텐츠·여가관광 트렌드에는 ‘위로가 되는 일상의 즐거움 추구’ ‘개인화 및 원자화를 추구하는 소비 현상’이 명시돼 있다. 또 2020년 10대 트렌드 상품의 하나로 국내여행을 언급하면서, 과거는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해졌다고 한다. 불확실한 코로나시대 사람들은 어떤 여가를 원하는지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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