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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 같은 만남…경쟁자에서 음악의 동지로”
유학파 성악가 구본수·안동영·윤서준
크로스오버 그룹 ‘안단테’로 새 출발
‘팬텀싱어3’ 인연…고된 수련 거쳐
삼중창으로 꽉 채운 ‘위로’의 보이스
한국어 가사에 스토리 녹여 차별화
“함께 멀리, 오래 걷는 팀이 될게요”
‘팬텀싱어3’로 인연이 닿은 베이스 구본수, 바리톤 안동영, 테너 윤서준이 크로스오버 그룹 안단테를 결성하고, 음악계에 첫 발을 디뎠다. 박해묵 기자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천생연분의 제 짝을 찾아내듯 만남은 운명처럼, 사고처럼 찾아온다. “사람이 계획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윤서준) 애초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들의 첫 만남은 ‘경연’. 경쟁자로 선 무대에서도 세 사람은 서로를 알아봤다.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콩쿠르에서 처음 만난 후 ‘팬텀싱어3’로 다시 인연이 닿은 유학파 성악가 구본수(32)와 안동영(28), 같은 프로그램에서 만난 한국 성악계의 ‘라이징 스타’ 윤서준(27). “서로가 서로의 픽(PICK)이었어요.”(안동영)

세 사람의 두 번째 음악 여정이 시작됐다. 꼭닮은 이름을 만났다. 팀명은 안단테(Andante). 이탈리아어로 ‘느리게 걷다’는 뜻이다. “천천히 오래 걸을 수 있는 팀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어요.”(안동영) 처음엔 ‘임팩트’가 없다고 생각했던 팀명도, 세 사람의 다짐을 더하니 더할 나위 없는 이름이 됐다. 윤서준이 의미를 보탰다. “혼자 걸으면, 빨리는 가도 멀리는 못 가지만, 같이 걸으면 느리더라도 멀리 갈 수 있잖아요. 지금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함께 걷다 보면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윤서준) 안단테의 첫 걸음은 차분했다. 경쾌하지만, 요란하지 않았다.

안단테. 박해묵 기자/mook@

▶ 닮은꼴 세 사람…안단테의 시작=‘음악의 끈’이 엮은 세 사람의 빛깔은 닮았다. 자기 색을 내면서도 누구 하나 모나지 않았다. 안단테 결성의 ‘큰 그림’을 그린 맏형 구본수는 진작에 알아봤다. 두 사람과 함께라면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를 들으면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인지 보이거든요. 두 사람은 자기 성격대로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구본수)

구본수는 두 동생에게 “누구라도 품어주는”, “저 초원 위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윤서준), “하고 싶은 걸 다 하게 해주는”(안동영) 든든한 맏형이다. 그는 동생들에 대해 “자신들이 해온 것에 확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겸손한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잘난 맛에 뽐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았어요. 소리에서 그게 느껴졌어요.” (구본수)

여느 크로스오버 그룹과 달리 한국어로 노래한 첫 앨범을 낸 안단테는 “노랫말이 가진 힘을 감정으로 녹여 듣는 사람에게 또 하나의 스토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박해묵 기자

안단테는 네 명의 구성이 일반적인 기존의 남성 중창단과는 달리 베이스(구본수) 바리톤(안동영) 테너(윤서준)의 세 사람만으로 꽉 채운 소리를 낸다. “처음엔 누구 한 명을 더 해야 하나 생각도 했어요.”(윤서준) 결국 ‘굳이’라는 생각이 따라왔다고 한다. “셋으로도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형들의 탄탄한 기본기와 다양한 장르 소화력을 많이 배우며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윤서준)

안단테의 이름을 걸고 세상에 나온 첫 앨범(‘안단테’)에는 세 사람의 음악적 고민과 방향성을 담았다. 여느 크로스오버 그룹과 달리 한국어로 노래한 것도 차별점이다. “서양음악을 전공했지만, 첫 앨범만큼은 한국어 가사로 우리의 스토리를 녹여낼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자 했어요.”(안동영) 앨범에는 이상훈 작곡의 신곡 ‘비밀의 화원’과 리메이크곡(노영심 ‘시소타기’, 정환호 ‘꽃 피는 날’) 두 곡이 담겼다. “노랫말이 가지는 힘을 우리의 감정으로 녹여내 음악으로 만든다면 듣는 사람에게 또 하나의 스토리가 되리라고 생각했어요.”(안동영)

안단테의 음악은 세 사람과 ‘닮은꼴’이다. 프로듀싱을 맡은 이상훈 음악감독은 “세 사람의 착한 성격을 담은 앨범”이라고 했다. “조미료를 친 화려한 음악”이라기 보단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이다. 하얀 도화지에 담아 전하는 깨끗한 마음이 편안하게 젖어든다. “한 번 듣고 질리는 음악이 아닌 또 듣고 싶은 음악”(윤서준)으로, “듣는 사람마다 떠오르는 대상이 달라도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을 꿈꾼 안단테의 첫 걸음이다.

“음악의 범위를 100이라고 한다면 저희가 한 건 60~70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음악의 결론을 정해 들려드리기 보다 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생각에 스며들 수 있게 열린 결말로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윤서준)

맏형의 ‘상상’은 서서히 현실이 되고 있다. “남들이 예상하는 것을 뒤집는 팀”, “무한한 스펙트럼을 갖춘 변화무쌍한 그룹”(구본수)이 되고 싶은 바람들을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파격과 반전을 오가는 행보일 수도 있다. 그 길에 안단테의 지향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수들이 하는 쇼케이스를 성악가들이 여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어요. 게다가 슈트를 입을 것 같던 사람들이 편안한 캐주얼 차림으로 나오고, 한국어 가사로 노래를 하는 것도요. 사실 클래식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조금 더 대중적으로 다가서기 위한 시도였어요. 그런 팀을 고민했어요.“ (구본수)

안단테. 박해묵 기자/mook@

▶ ‘왕도 없는 길’ 위에서 만난 인연…“인생의 터닝포인트”=음악이 좋아, 노래가 좋아 접어든 길이었다. “우연히 시작해 운명”(윤서준)이 됐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 쓰고”(구본수) 고집스럽게 발을 디뎠고, “생각도 못한 길에 알아봐 준 스승”(안동영)이 있었다. 공통점이라면 시작은 꽤 늦은 편이라는 점이다. 세 사람 모두 고등학생이 돼서야 성악에 입문했다.

성악은 ‘왕도 없는 길’이었다. “하루에 4~5시간씩 연습”(구본수)하며 성악가로의 발성을 매만졌다. “악보에 적힌 그대로 외워”(안동영) 작곡가의 의도를 표현하는 것은 기본. “죽을 때까지 발성을 연구”하는 “자신과의 싸움”(윤서준)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윤서준의 휴대폰 배경화면엔 호흡과 발성에 대한 고민이 빼곡하다.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날들도 있었다. 구본수는 대학 졸업 후 예기치 않은 차 사고를 당했다. “치료를 위해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어요. 그 때 노래하면서 쓰는 근육이 다 풀리더라고요. 도레미 ‘파’ 위로는 소리가 나지 않더라고요. 갑자기 초기화 버튼을 눌러버린 상태로 돌아가버린 거예요.” 성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우던 기간은 6개월. 통증에 시달리는 허리를 부여잡고,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원동력” 삼아 연습실에서 미래를 그렸다.

안단테. 박해묵 기자/mook@

윤서준 역시 성악 입문 3년차에 군대와 휴학으로 “배운 만큼 성악을 쉬게 됐다”고 했다. 역시나 ‘초기화’. 복학 이후 후배들과 실기를 보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뒤에서 삼등이었어요. 그때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도 좋았던 건 안 좋은 습관이 없어진 거였어요. 물론 좋은 습관도 초기화됐지만요.(웃음)” 배움 앞에선 모두가 스승이었다.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잘 하는 사람’한텐 묻고 또 물으며 되돌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탈리아어도 모르고 떠난 유학생활은 안동영에게 “도전과 좌절, 배움의 연속”이었다. 현지어로 높은 음자리표를 몰라 위축됐던 음악 이론 수업의 기억은 새내기 유학생의 자신감을 무너뜨린 일대 사건이었다. “선생님께서 스케치북으로 머리를 때리며 이것도 모르냐고 하시더라고요. 한동안 수업을 가지 못하겠더라고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기 보단 자신감이 없어졌어요.” 안동영의 손을 다시 잡아준 것도 같은 스승이었다. “문 앞에 서성이던 걸 보고 메일을 보내셨더라고요. 내일은 나왔으면 좋겠다고요. 노트에 이탈리아로 음악 용어를 적어 주셨어요. 선생님께 큰 도움을 받아 6년 과정(기본 소양 3년+전공 3년)을 3년에 마칠 수 있었어요.”

각자의 길을 가던 세 사람에게 안단테로의 인연으로 묶인 현재는 각별하다. 구본수는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

세 사람의 삶의 속도는 때마다 달랐다. 이름처럼 안단테이던 날들도 있었고, 실력으로 증명하기 위해 때로는 알레그로(빠르게)의 속도로, 때로는 프레스토(매우 빠르게)의 속도로 달려온 날도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팬텀싱어3’에 출연”(윤서준)했고, 최고의 악기를 지니고도 “‘무명의 힘듦’을 견디기 위해 고된 수련과정”(안동영)을 거쳤다. 저마다의 긴 터널을 지나 만난 오늘이 이들에겐 각별하다. 세 사람에게 안단테는 ‘진심’이다. “인생의 터닝포인트”이자 “다시 도약할 발판”(윤서준)이고, 함께 그려가는 미래다.

“유학생활을 힘들게 했어요. 부족함은 없었는데 유복하지 않았고, 원조하시는 부모님도 힘들어하셨고요. 이런 유학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 속에 살았어요. 저희 앨범에 ‘꽃 피는 날’이라는 곡이 있어요. 항상 그 생각을 했어요. 언젠가는 꽃이 핀다고 하는데 그 꽃이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 금방 지는 꽃이면 어떡하지, 그런 두려움이 있었어요. 한국에 와서 좋은 동료를 만나고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생긴 지금, 30년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어요. 힘들게 나를 가꿔온 결과물이 만들어진 만큼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아요. 초심을 유지하면서 이 모습을 끝까지 보여드리고 싶어요.”(안동영)

“유학과 ‘팬텀싱어3’ 도전을 고민하다 프로그램을 선택했어요. 그걸 선택했을 때는 정통 클래식을 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각오까지 했는데 일찍 떨어졌어요. 뭘 해야 할까, 이 길도 저 길도 못 가고 음악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가자니 ‘돌아온 탕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거든요. 막막했던 시기를 보낼 때 안단테를 할 수 있게 됐어요. 형들과 예쁘고 오래 가는 꽃을 잘 피워 좋은 음악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윤서준)

“힘들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많은 일들을 겪은 뒤 안단테라는 그룹이 됐어요. 저희가 해야 할 음악도, 보여드려야 할 모습도 중요하지만 누군가가 봤을 때 위로가 되는 팀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들도 열심히 하는데, 우리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해요. 안단테로 만나 저희의 음악 세계가 다시 시작된 느낌이에요. 다시 1로 돌아왔지만, 굉장히 커진 1이에요, 언제든 100으로 갈 수 있다는 자심감으로 채운 1이에요.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돼요. 안단테가 어떤 일을 해나갈지 지켜봐주세요.”(구본수)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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