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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트럼프식 ‘갈라치기’ 정치의 유산

정치학적으로 보면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는 단순히 선심성 정책 혹은 공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포퓰리즘은 하나의 ‘정치적 양식(political style)’이다. 그래서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포퓰리즘들의 공통점을 집어낼 수 있고, 또한 특정 정권하에서 특징적 양상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독일의 정치학자 헬무트 두비엘은 포퓰리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기존 지배 체제의 무능과 부패를 부각시켜 이를 토대로 대중을 선동해 자신의 지지 기반을 창출하는 것을 꼽았다. 이런 선동을 통해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음모론’이다. 음모론은 문자 그대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게 만드는 ‘거짓의 기술’이다.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는 행동을 보면 정치적 양식으로서의 포퓰리즘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으로 선동하고 음모론을 퍼뜨린다. 그의 거짓말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2017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2만55회에 걸쳐 거짓말을 했다는 통계까지 밝힌 바 있다. 그의 이런 거짓말 솜씨는 대선 과정과 대선 이후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미국 민주주의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트럼프식 정치’가 다른 국가로도 전파 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슴없이 거짓말을 하는 모습, 거짓말을 하며 상대를 적으로 몰아가는 전략, 제도를 약화시키고 인치(人治)적 정치 행태를 보이는 것 등이 이미 많은 국가에 전이된 것 같아 걱정이라는 말이다.

최근 미국 이외 국가의 정치인도 관련 없는 두 개의 사안을 연결해 서슴없이 거짓을 말하는가 하면, 그 말이 거짓임이 밝혀져도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인다. 거짓 선동과 음모론에 기반을 둔 포퓰리즘이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요즘 더 걱정되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마저도 다른 국가에 전이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국가에 전이될 가능성이 커 걱정이다.

내각제 국가는 트럼프식 선거 불복의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총선을 다시 실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기제를 가장 중요한 근간으로 하는 대통령제하에서 대선 불복 사태가 발생하면 새로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정통성 시비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정통성의 시비는 사회로 전이돼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진화하게 마련이다.

본래 미국에서 대통령을 지낸 정도의 인물이면 국가와 사회의 장래를 먼저 생각해 만에 하나 자신이 억울한 일이 있어도 참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자신의 지지자들을 선동하며 정치적 갈등을 사회적 갈등으로 전이시키고 있다. 미국이 이러니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다른 국가의 집권 세력들도 이를 모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은 ‘갈라치기’ 정치를 하는 포퓰리스트들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갈라치기 정치란 상대를 부패한 엘리트로 규정해 상대방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데 대한 죄의식이 없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식의 정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것은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거짓 앞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제도라는 점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제도다. 민주주의가 허약하다면 우리가 나서서 보호해줘야 한다. ‘트럼프 바이러스’로부터 ‘모두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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