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래현-김기창 화가 커플..겹친듯 다른 독특한 화음
청작화랑 ‘우향 박래현 WITH 운보 김기창’전
우향 박래향과 운보 김기창. [청작화랑 제공]
김기창, 석류와 다람쥐, 39.5 x 32cm, 종이에 채색, 1969. [청작화랑 제공]

빨갛고 투명한 열매가 고개를 내민다. 수확을 앞둔 석류나무의 주인은 다람쥐 한 쌍. 코를 킁킁대며 이쪽인지 저쪽인지 살피는 둘의 분위기가 알콩달콩하다. 운보 김기창이 아내인 우향 박래현을 위해 특별히 그린 ‘석류와 다람쥐’(1969년)는 아내를 향한 운보의 마음이 가득하다. 우향도 운보의 이 선물을 평생 소중하게 간직했다고 한다.

우향 박래현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박래현, 삼중통역자’가 한창인 가운데, 운보와 우향의 부부전이 열린다. 서울 압구정로 청작화랑은 ‘우향 박래현 WITH 운보 김기창’전을 개최한다. 그동안 운보와 우향의 부부전과 판화전을 개최한 인연으로 다시 한 번 열린 부부전이다.

운보와 우향의 러브스토리는 유명하다. 우향은 일본 도쿄 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재학하고,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한 유망 재원이었다. 시상식 때문에 서울을 방문했다가 운보의 그림에 반한 우향이 운보의 집에 찾아갔다. 운보의 청각장애 탓에 필담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점점 깊은 사이가 됐고, 집안의 반대 등 결혼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에도 결국 부부가 됐다. 우향이 “결혼해도 그림을 계속 그리게 해달라”며 청혼했고, 이를 운보가 받아들여 우향은 계속해서 자신의 화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전시엔 우향이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 작업한 동판화 작품 20여 점을 비롯 운보의 청록산수, 바보산수, 문자도, 도자기 등이 출품됐다. 동판화 에칭작업은 우향이 암으로 별세하기 전 6년간 뉴욕에서 열정을 불태우던 시기에 제작한 것으로, 한국적 정서가 흐르면서도 현대적 조형미가 돋보인다. 복식동판화, 메조틴트 기법 등 까다로운 수작업을 통해 완성됐다. 다양한 기법을 융합하는 등 실험적이고 선구적인 작업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작화랑 손성례 대표는 “우향과 운보는 신화적, 모범적 부부로 국내외 화단에서 다양한 활동과 작품을 선보여 선구자 역할을 했다. 예술적 가치와 한국회화의 현대적 위상을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이한빛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