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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한글사전 ‘말모이’ 원고, 보물 된다

독립기념관 및 한글학회가 소장한 조선말 큰사전 원고. [연합]

[헤럴드경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 '말모이'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또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려고 작성한 '조선말 큰사전 원고'도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8일 열린 제5차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 회의 결과에 따라 '말모이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4-1호, 524-2호) 등 2종 4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두 가지 모두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련 아래 우리 말을 지켜낸 국민적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자료로, 대한민국 역사의 대표성과 상징성이 있는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말모이 원고 집필에는 학술단체인 조선광문회 주관으로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 김두봉(1889∼?), 이규영(1890∼1920), 권덕규(1891∼1950)가 참여했다.

'말모이'는 말을 모아 만든 것이라는 뜻으로, 오늘날 사전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집필자들은 한글을 통해 민족의 얼을 살려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1911년부터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1914년까지 집필에 매진했지만, 편찬을 끝내지는 못했다.

말모이는 원래 여러 책으로 구성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ㄱ'부터 '걀죽'까지의 표제어가 수록된 1책만 전한다.

이 책은 240자 원고지에 붓글씨체로 썼으며, 사전 편찬의 원칙을 실은 '알기'를 비롯해 '본문', '찾기', '자획찾기'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 원고의 가장 큰 특징은 특별 제작한 원고지 모양의 인쇄 형태다. 책의 좌우 가장자리에는 '말모이'라는 제목을 새겼고, 원고지 네 면에는 한글의 모음과 자음, 받침, 한문, 외래어 등 표기 방식이 안내돼 있다.

문화재청은 "말모이 원고는 현존 근대 국어사 자료 중 유일하게 사전 출판을 위해 남은 최종 원고라는 점, 국어사전으로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사전 편찬 역량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자료라는 점, 일제강점기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 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 의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에서 1929년부터 1942년까지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으로 한글학회(8책), 독립기념관(5책), 개인(1책) 등 총 3개 소장처에 분산돼 있다.

특히, 1950년대 '큰사전' 편찬원으로 참여한 고(故) 김민수 고려대 교수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개인 소장본은 '범례'와 'ㄱ' 부분이 실린 미공개 자료로, 이번 조사 과정에서 발굴해 함께 지정 예고하게 됐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 14책은 오랜 기간 다수의 학자가 집필·수정·교열 작업을 했기 때문에 손때가 많이 묻어 있다. 이 원고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됐다가 1945년 9월 8일 경성역(현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돼 1957년 '큰사전'(6권)이 완성되는 계기가 됐다.

조선말 큰사전 편찬사업은 1929년 10월 31일 사회운동가, 종교인, 교육자, 어문학자, 출판인, 자본가 등 108명이 사전편찬위원회를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영친왕(英親王)은 후원금 1천원(현재 기준 약 958만원)을 기부했으며, 각지의 민초들은 지역 사투리와 우리말 자료를 학회로 보내오기도 했다.

사전은 해방 후인 1947년에 1권, 1949년에 2권, 1950년에 3권, 1957년에 4∼6권이 발간됐다. 사전의 이름은 1∼2권이 '조선말 큰사전', 3∼6권이 '큰사전'이다.

문화재청은 "이 원고는 철자법, 맞춤법, 표준어 등 우리말 통일사업의 출발점이자 결과물로서 국어사적 가치가 있지만, 조선어학회 소속 한글학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우리말 사랑과 민족독립의 염원이 담겨있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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