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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쫄보언니 챌린지] ‘손끝’이 덜덜덜…발레리나 스테파니에게 발레를 배워봤다

최근 막을 내린 국내 최초 창작 발레 '레 미제라블' 리허설 현장에서 스테파니를 만나 발레 마임을 배워봤다. [헤럴드스토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어린 발레리나부터 관록의 무용수까지…. 9월의 화창한 토요일, 한양대학교 서울 캠퍼스 정보통신관. 발레 ‘레미제라블’의 리허설 현장은 분주했다. 댄스시어터샤하르(DTS) 발레단은 코로나19로 재차 미뤄진 ‘레 미제라블’의 연습에 한창이었다. 발레리나 스테파니는 국내 최초로 무대에 오른 창작 발레 ‘레 미제라블’에서 코제트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와 탁월한 발레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엔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다른 운동을 하지 않아도 체중 관리와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스페파니 역시 만나는 사람들에게 ‘발레’를 권한다. “몸 관리와 건강한 다이어트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배우 예지원은 스테파니에게 개인 교습을 받을 정도.

이번 챌린지에선 스테파니가 ‘일타강사’로 합류했다. 다섯 살에 토슈즈를 처음 신은 이후, 천상지희로 데뷔해 걸그룹 활동을 했고,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스테파니는 ‘발레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공연이 있을 때면 주 6일, 하루종일 연습의 날을 이어간다.

평생을 발레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테파니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메소드 티칭 라이센스’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다. 현역으로도 활발히 무대에 서고 있지만, 이미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도 오랜 시간 활동하고 있다 .

걸그룹 천상지희 출신 발레리나 스테파니 [댄스시어터샤하르 제공]

이날 스테파니에게 배워본 동작은 두 가지. “동작이 곧 언어”라는 발레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마임’이다.

“발레를 가르쳐달라”고 찾아가자, 스테파니 강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안된다’고 장난스럽게 손을 저었다. 그러곤 잠깐의 고민 뒤 발레초심자는 물론 누구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두 가지 동작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오랜 연예계 활동과 밝은 에너지로 수업은 내내 유쾌했다. 사실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털털하고 재밌는, 재밌다 못해 웃긴 선생님이었다.

수업에선 발레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의 테마가 등장했다. ‘당신을 보면 심장이 뜁니다’와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를 표현한 동작이다.

스테파니 강사는 기본 동작으로 ‘비플러스’를 먼저 일러줬다. 모든 발레의 시작은 우아한 발 끝에서 출발한다. 비플러스는 한 쪽 다리를 뒤로 뻗은 채 양 무릎을 붙이고 있는 상태다. 토슈즈로 발끝을 ‘콕’ 찍어야 하나, 이날은 ‘맨발의 발레리나’였던 지라 쉽지는 않았다.

‘당신을 보면 심장이 뜁니다’ 동작에선 심장이 위치한 왼쪽에 왼손을 올린 뒤, 오른손으로 두드리면 완성. 짧고 간단한 동작이지만, 의외로 연결을 쉽지 않았다. 특히 몸의 균형을 잡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했다. 보기엔 쉬워보이는 동작이었으나, 배에 힘을 주고 균형을 잡아주는 연습이 자연스러워야 동작이 우아하게 이어졌다.

두 번째 동작은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스테파니 강사는 ‘참여형 학습’을 유도했다. 어떤 동작일지 미리 상상해보는 과정이 발레에 대한 흥미를 높여줬다. 잠 자는 동작으로 표현하리라는 애초의 상상과는 달리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는 손동작이 ‘포인트’였다.

스테파니 강사는 “반지를 끼는 네 번째 손가락을 가리키며 손을 포개준 뒤 손을 위로 올리며 ‘맹세한다’는 동작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동작을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등장한 ‘탑골’ 혼성듀오 ‘철이와 미애’의 ‘워우워우워’ 따라잡기는 보너스. 스테파니는 “맹세합니다 동작은 ‘백조의 호수’에서 많이 등장하는 마임”이라며 “특히 남자 무용수들이 많이 보여주는 동작”이라고 했다.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는 여러 동작이 이어진 터러 처음 할 땐 몸의 버퍼링이 일었으나, 쉬운 동작이라 배우는 재미가 더 컸다.

실제 무대에서 등장하는 마임을 배워보니 발레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스테파니 강사는 “발레는 말이 없어 동작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발레는 모든 동작이 언어”라고 강조했다. 마임을 알면 발레 공연을 보는 재미도 두 배가 된다.

두 가지 동작을 배우는 내내 스테파니 강사는 어설픈 제자를 위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평가의 시간. 야심차게 ‘레 미제라블’에 출연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스테파니 강사는 ‘단호박’이었다. 단칼에 거절하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더니 89점을 줬다. “손을 덜덜 떨면서까지 끝까지 잘 따라해준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곤 한 마디 거들었다. “발레하실 생각 없으세요?” ‘칭찬의 여왕’이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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