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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공간 뮤비…국악·클래식 ‘색다른 맛’
코로나19로 멈춘 공연계 새 활로 찾기나서
마포문화재단 ‘마포6경클래식’ 영상 8편 제작
광흥당 등 8개 명소서 연주자들 음악 담아
21일까지 네이버TV 통해 순차 공개

드론·지미집 동원 드라마틱한 색감 표현
음악도 스튜디오 사전녹음으로 퀄리티 높여
국립국악원 ‘국악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달음’[국립국악원 제공]
서울 마포 광흥당에서 첼리스트 양성원이 바흐 무반주 첼로곡 모음곡 1·3번을 연주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해가 지면 촬영을 못 하고, 장소가 그림자에 취약하니 오후 2시를 기점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해요. 시간대별로 그림자 위치 체크합니다!” (안준하 감독)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애달픈 이야기가 내려앉은 마포의 광흥당. 공민왕 사당제를 지내온 광흥당의 흙바닥은 오선지가 되기도, 큐시트가 되기도 한다. 첼리스트 양성원은 ‘아이디어 뱅크’를 자처하며 큰 그림을 그렸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안준하 감독은 ‘클래식 뮤직비디오’ 촬영을 진두지휘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우던 음악이 공간을 벗어났다. 탁 트인 하늘공원, 옛 정취를 품은 남한산성, 역사 속 흔적이 담긴 광흥당…. 하늘과 구름을 관객 삼아,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효과음 삼아 새로운 콘텐츠가 태어났다. K팝 스타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뮤직비디오’의 국악·클래식 버전이다. 새 시대의 콘텐츠는 새로운 ‘예술’의 시작을 알렸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좋은 예술작품을 만들자”(송현석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데에서 출발한 기획물이다.

지난 여름(6~8월), 국립국악원은 국악인 스무 팀과 함께 특별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코로나19로 공연 기회를 잃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전통공연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야외 촬영으로 만든 뮤직비디오는 ‘국악인(Gugak in(人))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난 8월부터 매주 한 편씩 공개 중이다. 송현석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이 프로젝트는 예술인들이 관객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무엇을 할 수 있고, 국립기관으로서 예술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며 “새로운 영역을 온라인 세상에서 만들어낸다는 마음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마포문화재단은 올해 열린 ‘마포 M클래식 축제’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며 ‘마포6경 클래식’을 기획했다. 마포의 명소 여덟 곳에서 클래식 연주자들의 음악을 담아 총 8편의 영상(마포6경+스페셜 2경)으로 만들었다. 6일부터 21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공연장에 최적화된 음악을 야외에서 영상으로 담아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장소 섭외, 음향, 야외 촬영 여건에 코로나19와 유례없는 폭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까지 감당해야 했다.

장소 섭외와 촬영에 앞서 ‘곡 분석’이 먼저 진행됐다. 모든 팀의 음악과 연주 영상을 섭렵하는 것은 기본이다. ‘마포6경’을 연출한 안준하 감독은 “연주할 프로그램을 정하면 박자와 악기 파트를 파악하고, 음악의 다이내믹을 고려해 촬영 때 지미집을 쓸 건지, 드론을 쓸 것인지를 미리 계산한다”고 말했다.

고퀄리티 영상을 만들기 위해 동원된 카메라는 평균 6~7대다. 송 연구사는 “6~7대의 카메라로 촬영을 진행했고, 장소에 따라 드론 촬영이 가능한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어 사전 신고가 필수였다”고 말했다. 마포6경 클래식은 최첨단 기술도 도입했다. 클래식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만큼 360도 VR 카메라에 드론, 지미집, 초광각 카메라까지 동원했다. 단순 영상을 넘어 “드라마틱한 색감과 연주자의 정체성을 담고자 했다”는 것이 안 감독의 설명이다.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은 ‘음악’이다. 송 연구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보니,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사전에 스튜디오 녹음을 진행했고, 편집 단계에서 음악과 맞추는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는 클래식 영상도 마찬가지다. ‘마포 6경 클래식’에선 현장 녹음과 스튜디오 녹음을 병행해, 음향을 맞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연주자들의 경우 스튜디오 녹음을 틀어놓은 뒤 현장에서 연주하며 소리를 맞췄다. 첼리스트 양성원(‘마포6경’ 광흥당 편·15일 공개)은 “야외에서 연주하는 것과 녹음실에서 연주할 때는 타이밍이 다르기에 박자를 맞추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국악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노리(‘국악인 프로젝트’·14일 공개)의 김대윤은 “뮤직비디오 촬영을 처음 진행하다 보니 립싱크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 싱크에 취중하다 보니 감정이 밋밋하고 부자연스러워 연기에도 신경을 썼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족한 예산으로 제작됐음에도, 뮤직비디오는 ‘고퀄리티’를 자랑한다. 국립국악원의 경우 출연 단체들에게 최대 500만원씩 지원하는 출연료를 포함해 총 2억500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김대윤은 “지원금을 통해 팀 결성 3년 만에 처음으로 단체복을 만들었다”며 “영상 촬영은 물론 출연료 지원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마포문화재단은 총 8억원을 들여 제작했다. 영상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공연장에서 보던 음악이 야외로 나오니 자연이 주는 감동이 극대화됐다. 송 연구사는 “장소 선택의 기본은 음악과 잘 어울리되, 익히 알려지고 쉽게 접근 가능한 곳이었다”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가자는 콘셉트였는데, 익숙하게 보이는 한국의 풍경에 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우리 음악을 보여드린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영상 제작 과정은 음악인들에게도 의미있는 첫 경험이 됐다. 김대윤은 “오프라인 공연으로만 소통했던 데에서 벗어나 음원 제작에 영상 촬영까지 진행해보니 팀의 음악적 색깔과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는 탐구와 공부의 기회가 됐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영상과 같은 새로운 홍보물의 필요성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양성원은 “유럽의 혼이 담긴 바흐의 곡을 한국 문화 속에서 연주하면서 이게 바로 세계가 통일되는 순간이라고 느꼈다. 공간의 변화로 이전과는 다른 음악과 색채를 찾아보는 기회가 됐다”며 “코로나19로 공연은 멈췄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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