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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천동 새 아파트 입주권 ‘웃돈만 6억’…‘사전청약’ 약발없네
서울 13개 단지 거래 집계해보니
8·4대책 후 1개단지 빼고 최고가
대부분 분양가보다 2배이상 올라
2~3년 후 입주 아파트도 수억
내년 입주 줄어 당분간 지속 전망
정부의 8·4 공급대책에도 서울 새 아파트가 ‘귀한 몸’이 되면서, 입주권이 연일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헤럴드경제DB]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차’의 84㎡(이하 전용면적)은 지난달 7일 11억8500만원에 입주권이 팔렸다. 신고가다. 지난 연말에는 10억원에 팔렸고, 6월 실거래가는 11억6000만원이었다. 일반분양가는 6억원으로, 입주권은 조합원 물량으로 통상 조합원 분양가가 이보다 낮은 것을 감안하면 상승분이 두 배 가량으로 추정된다. 웃돈만 6억원인 셈이다.

#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아이파크’. 올 12월 입주를 준비중인 이 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은 지난달 10일 9억7500만원에 팔렸다. 일반분양가는 4억8000만원으로 이보다 절반 가량이었다. 상승분은 두배가 넘는 셈이다.

정부가 8·4 공급대책을 통해 매수 수요에게 “청약을 기다리라”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시장 분위기는 쉽게 돌아서지 않고 있다. 당장 들어갈 수 있는 새 아파트 뿐 아니라 2년이나 3년을 기다려야 하는 곳도 수억원 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8·4 이후 입주권 거래 13개 단지 중 한 곳 빼고 ‘신고가’=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8·4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입주권 거래 가운데 최근 입주를 시작했거나 입주 예정인 거래 13개 단지(거래건 20개)를 집계한 결과, 한 개 단지를 제외한 모든 아파트에서 역대 최고가에 거래됐다.

정부가 일반 분양에 전매제한을 강화하고, 입주권 역시 ‘10년 보유· 5년 거주’ 한 조합원만 양도할 수 있도록 규제에 나서면서 입주 예정 아파트 거래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거꾸로 ‘귀한 물량’이 된 만큼 몸값은 연일 상승세다.

실제 8·4 이후 거래된 서울 아파트 입주권 20개는 일반 분양가 대비 평균 5억9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분만 일반 분양가를 넘어선 아파트도 있다. 조합원 분양가로 계산하면 수익률은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다음달 입주 예정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은 59㎡가 8월 30일 12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같은 규모 일반 분양가는 5억9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강남권 입주 아파트는 프리미엄만 10억원을 넘겼다. 지난달 말 입주중인 개포동의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102㎡는 지난달 18일 입주를 10여일 앞두고 31억7000만원에 팔렸다. 일반 분양가 18억원 대비 13억7000만원의 웃돈이다. 조합원 분양가는 12억원이었으니 사실상 20억원 가까운 상승이 나타난 셈이다.

▶사실상 청약 불가능... ‘등기 전 새 아파트’ 사자=분양가의 두 배를 주고 입주권 매매에 나서는 이유는 청약 외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분양분은 사실상 사고팔지 못하고, 조합원 분에서도 까다로운 거주와 보유 요건을 맞춘 물량만 있어 ‘희소성 프리미엄’도 붙고 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대문구 ‘힐스테이트 신촌’ 55㎡는 지난 2일 11억원에 거래되며 8월 신고가 대비 값이 내린 유일한 단지가 됐다. 그러나 일반분양가가 4억초반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2.5배가 넘는 상승이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최근 한달 입주권 거래 가운데 사실상 ‘하락’ 건은 한 건도 없는 셈이다.

내년 1월 입주 예정인 양천구의 ‘래미안 목동아델리체’도 8월 16일 84㎡ 입주권이 15억3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일반분양가는 8억원, 일반분양가 대비 상승률만 91.3%에 달한다. 59㎡는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일반분양가(6억원) 보다도 상승분(6억5000만원)이 더 컸다.

강남권에선 당장 들어갈 수 없는 2022~2023년 입주권도 웃돈 수억원이 붙었다. 2022년 1월 입주예정인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59㎡는 8월 11일 11억8611만원에 입주권이 팔렸다. 일반분양가 5억5000만원 대비 상승률이 116%에 달한다.

개포동에선 ‘개포프레지던스 자이’ 59㎡ 입주권이 지난달 13일 17억7000만원에 팔리며, 일반분양가 13억2000만원대 대비 4억5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입주가 2023년 2월로 무려 2년 이상 남은 것을 감안하면 대출없이 목돈을 투자할 만큼, 새 아파트 입주권은 강력한 매수 유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입주 물량 줄고, 정부 ‘사전청약’ 적어도 5년 걸려=시장에선 이 같은 입주권 인기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내년 입주 물량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3만6336가구로, 올해 입주 물량 18만7991가구보다 5만여 가구 줄어든다. 새 아파트가 없는 데다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청약 당첨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란 전망도 입주권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고 있다.

서대문구 힐스테이트 신촌 인근 공인중개사는 “입주권 거래는 등기나 취등록세 등에서 기존 아파트 거래 대비 유의할 점이 많은데도, 관심이 높다”면서 “대단지 새 아파트 가격 상승을 곁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실거주에 투자 가치까지 갖춘 입주 아파트 수요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 외곽 및 수도권에 사전청약 6만호를 통한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지만, 실제 본청약과 사업 기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5~6년 후 입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새 아파트 희소성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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