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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유학 10년, 목동 귀환까지 이야기 담았죠”
‘풍차동 바람개비’ 정현미 작가 ‘파리든 목동이든 아무렴 어때’ 출간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세계가 닫히고 있다. 여권과 비행기 값만 있으면 반나절이면 훌쩍 타국으로 떠나던 때가 불과 몇 개월 전이지만, 이제는 항공기에 몸을 싣는 준비 과정 마저도 만만치 않다. 자연히 해외로 유학을 떠난 이들도 하나둘 유학 생활을 끝내고 귀국하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에 터전을 잡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과연 이들은 자신 만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2011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모아온 이야기를 ‘파리든 목동이든 아무렴 어때(효형출판)’라는 책으로 펴낸 정현미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의 고민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 작가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골목에 위치한 ‘미미씨’라는 공간을 2019년부터 친오빠와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정 작가는 ‘풍차동 바람개비’라는 필명으로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파리의 숨은 이야기들과 골목들을 소개하고 있다.

정현미 작가의 뒷모습

-인터넷 공간에 써 온 이야기가 책으로 엮이게 될 줄 알았나.

▶유학 생활동안 계속 글을 적었지만 책으로 낼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어요.

같은 소재를 다른 시각에서 여러번 쓰고 지우면서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법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글이 완벽해야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출판사와의 만남은 스스로를 가둔 틀을 깬 계기였어요.

-파리로 가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자면.

▶그냥 파리가 좋았습니다. 미디어의 영향일 지도 모르겠고, 교육과 문화 때문일 수도요. 그렇지만 꼭 파리를 고집하진 않았습니다. 프랑스면 어디든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대도 파리로 가게 된 이유는 제가 다녔던 학교인 파리 4대학 때문입니다. 나중에 교수님들이 제가 보낸 이력서, 지원서 그리고 학교에 보낸 질문까지 꼼꼼히 보고 절 뽑았다는 걸 알고 고마웠습니다. 제 파리 생활은 학교와 가족 그리고 지인들 덕이 컸어요.

-파리 생활 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몽키 스패너가 떠오르네요. 외출 준비 중에 샤워 꼭지가 고장나서 물이 잠기지 않았던 날이 있었어요. 혼자 사는데, 누가 절 도와주겠어요. 일단 수전을 잠그고 외출을 했어요. 돌아오는 길에 새 수전과 공구를 사와서 혼자 작업을 시작했어요.

중간에 볼트를 제대로 조이지 않아서 바닥이 온통 물난리였습니다. 그때 스패너로 볼트를 꽉 조이면서 혼자라는 느낌과 함께 ‘이제는 진짜 어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 속으로 외면하고 있었지만 이미 저는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었던거죠. 난처한 일에도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제 자신이 듬직하고 대견했어요. 하하.

파리든 목동이든 아무렴 어때(정현미 지음, 효형출판)

-‘파리든 목동이든 아무렴 어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현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고도 성장을 마친 한국에서 자란 지금 2030 세대에게는 한국보다 좋은 조건을 갖춘 나라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이라서 힘든게 아니라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그 자체가 원래 어려운 것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순간도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에 발맞춰 사회에도 새로운 룰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처럼요. 세상이 변하는 흐름을 고민하며 앞으로 살아갈 사회를 이야기 하고자 했어요.

-목동으로 돌아온 이유는.

▶목동으로 돌아온 건 가족 때문이죠. 파리에서 미래를 생각할 때 무엇을 할 지 보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게 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가족의 터전이 있는 목동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그래서 책에도 목동에 관한 직접적인 내용보다 ‘미미씨’로 오기 전까지의 고민과 생각들이 담겼어요.

-출간 후 이웃들의 반응은.

▶출간이 코로나와 맞물려서 책과 관련한 어떤 행사도 할 수 없었어요. 이웃 들은 제게 찾아와 준 첫 독자였습니다. 이런 소통을 예상하지 못해서 더 감사했습니다.

21세기 독자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문득 독자들이 작가보다 먼저 새로운 시대에 맞춰 진화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미미씨’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친오빠와 저, 이렇게 둘이 운영하고 있어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일을 벌여 보는 게 목표입니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지금 시대에 맞는 다양한 문화를 알리고, 작가로써 꾸준히 글을 쓰고 싶어요.

정현미 작가가 오빠와 함께 운영하는 카페 겸 작업공간 ‘미미씨’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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