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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산책] BTS의 성공과 악치(樂治)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세계 최고 권위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에서 정상을 차지한 것은 단순히 한 남성아이돌그룹의 대성공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수천만명이 멀쩡히 수천년간 고도의 문명으로 살던 아메리카대륙을 한 이탈리아인이 최초 발견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를 각국 교과서에 쓰도록 할 정도로, 1000년가량 이어진 ‘서구 중심-동양·남방 비하’ 문화가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었기에 BTS의 정상등극은 국제정치적·인류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해도 크게 지나친 말은 아니다.

현대대중음악 역사로만 보면 지난 1958년 ‘핫 100’ 집계 이후 1등을 한 2000여곡 중 BTS의 ‘다이너마이트’는 ‘핫 100’ 차트 첫 진입에 1위를 차지한 43곡(상위 2%) 중 하나다. ‘21세기 비틀스’답게, 이 명성은 앞으로 꽤 오래 이어질 것이다.

BTS의 선례로 비유되는 비틀스는 2012년 런던올림픽 세리머니의 메인 소재였다. 서양 팝의 본고향인 영국은 오래도록 비틀스 등 팝의 명성을 국격과 국가브랜드에 활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이번 ‘K-팝’의 쾌거는 우리 문화가 세계 변방이 아닌, 보편적 문화 수용을 이끄는 주류 코드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문화가 1000년간 세계를 장악한 영미 문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는 특히 패권전쟁과 보호주의의 강화, 인종대립의 심화 속에 낡은 편견을 이겨내고 문화적 포용력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과거와 구분되는 새로운 문화시대를 선포했다고 의미 부여했다.

이번 성과의 파급 효과는 한 K-팝 그룹의 성공가도 개척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외교·통상·경제·산업의 성공, 국제교류상 한국여행 희망자들의 증가,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등에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과거 미국과 영국의 세계경영에 팝이 중요한 기능을 한 것처럼 지구촌 곳곳에서 음악은 공동체 유지·발전의 중요한 자양분 중 하나였다.

수천년 동양 정치철학을 집대성한 ‘군서치요’는 음악에 의한 정치, ‘악치(樂治)’는 나쁜 풍속을 고치며 사회를 조화롭게 하는 효력을 지닌다고 썼다. 사람을 다스리려면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데, 8계음의 근간인 5음은 다섯 감각을 일깨워 ‘편안·도리·연민·나눔·예의’ 등 5개 미덕을 낳는다고 했다.

BTS가 주도하는 글로벌 열풍은 실제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면서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이너마이트’가 지구촌 이웃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위로하는 의미를 갖고 있듯이 한류문화·한국전통문화는 코로나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의 55%가 K-팝 등 한류에 이끌려 왔다는 통계 분석도 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내 인종차별 문제가 발생했을 때인 지난 6월 트위터로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라는 글을 게재한 것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음악을 매개로 한 공감대의 확산은 엄청난 것임을 보여준 예다.

음악이 정치에 선용될 경우 권력욕에 눈이 멀어 상식·죄의식 없는 사이코패스가 되는 모습, 탐욕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모습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행태도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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