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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싱글로 美 시장 점령…보편적 팝으로 확장하는 BTS
BTS, 빌보드 ‘핫100’ 쾌거
미국 진출 새로운 이정표 세워
영어 가사비중 높이는 K팝
정체성 논의 출발점 시각도
방탄소년단이 지난 달 내놓은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1위라는 ‘거대한 기록’을 안겼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이 마침내 ‘난공불락’의 성을 점령하며, 마지막 고지를 밟았다. 데뷔 이래 처음 내놓은 영어 싱글은 방탄소년단과 한국 대중음악사에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1위라는 ‘거대한 기록’을 안겼다. 이는 한국 가수 최초의 기록으로, ‘다이너마이트’는 K팝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K팝은 유튜브·SNS와 함께 Z세대를 끌어모으며 성장,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진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K팝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이후 지난 몇 년 사이 쏟아낸 기록도 압도적이다. K팝은 물론 전 세계 음악시장 최초의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젠 유튜브 사상 전 세계 최초의 기록이 K팝에서 나오고, 빌보드에 무수히 많은 그룹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심에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있고, SM의 어벤저스 그룹 슈퍼엠(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과 NCT127( ‘빌보드 200’ 5위), 몬스타엑스( ‘빌보드 200’ 5위)등이 빌보드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주류 팝 음악의 현재를 보여주는 ‘핫 100’ 최초의 기록은 방탄소년단의 첫 영어 싱글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에 대해 “미국 음악 시장의 보수성과 높은 장벽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봤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발매한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 수록곡인 “ ‘DNA’와 ‘마이크 드롭(MIC DROP)’ 때부터 히트 잠재력을 가진 팀”(정민재 평론가)으로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영어 노래라고 갑자기 1위에 오른 것은 그만큼 미국의 주류 전통 미디어인 라디오가 비영어권, 비서구권 음악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민재 평론가도 “영어 곡을 가져오니 그제야 반응이 나온다는 것은 미국 음악 시장이 아직도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2020 MTV 비디오 뮤직어워드의 방탄소년단 [빅히트 제공]

새 이정표 된 ‘다이너마이트’…영어 가사 비중 높이는 K팝=지난 몇 년 사이 K팝은 글로벌 시장에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높은 성과를 거뒀지만, 한국어 가사는 일종의 핸디캡이었다.

탄탄한 팬덤으로 앨범 판매량과 SNS 화제성이 치솟아도, 보수적인 현지 라디오의 장벽은 넘을 수 없었다. 방탄소년단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라디오에 선곡되지 않아 점수 부족”(이규탁 교수)으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정 평론가는 “K팝은 아무리 성과를 내도 결국 영미 대중에겐 영어 가사가 아니라면 팬덤 이상으로 파고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시장의 특수성을 증명했으며, 영미 대중을 겨냥한 콘셉트가 아니라면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성과를 내긴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향후 K팝의 전략도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이너마이트’의 성공은 결국 K팝 그룹의 행보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K팝 아이돌이 글로벌 팝스타로 이동하는 행보를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실 방탄소년단만이 아니다. 블랙핑크도 최근 미국의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한 신곡 아이스크림‘에서 멤버 리사의 랩 파트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영어로 불렀다. 작사는 세계적인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참여했다. 슈퍼엠이 최근 발매한 ’100‘ 역시 영어 가사 비중이 높다.

이 교수는 “원더걸스, 보아처럼 과거에도 영어 노래로 활동한 K팝 가수는 존재했다”며 “꾸준히 K팝 가수들이 활동했으나 그들은 성공하지 못하고, 지금 나온 팀들이 성과를 내는 것은 이들이 그간 한국어 노래로 팬층을 닦아놓았고, 그 팬들의 지지에 의해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미국 진입을 위해”(이규탁) 영어 노래를 내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팬층 확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영어 노래를 선보인다는 해석이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향후 K팝은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간 한국어 가사의 노래만 냈다면, 이젠 한 앨범에 영어 노래도 두세 곡 포함되는 방식일 것이다. K팝 그룹들이 보다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블랙핑크는 최근 미국의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한 신곡 ‘아이스크림’에서 멤버 리사의 랩 파트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영어로 불렀다.[YG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디까지가 K팝인가…‘K팝의 정체성’ 논의 수면 위로=이제는 새로운 국면이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부르는 K팝의 성공으로 ‘K팝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언어와 국적을 초월한 K팝의 등장도 향후 K팝의 경계와 외연 확장에 대한 논의를 불러오고 있다.

이 교수는 “K팝은 다른 장르와 달리 K(한국)라는 나라와 민족성에 강하게 연관된 것이 사실이다”라며 “록, 힙합, 재즈 등 음악적 특성으로만 정의할 수 없는 장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K팝 안에도 아이유와 같은 포크 음악 성향의 싱어송라이터가 있고, 씨엔블루 데이식스와 같은 밴드도 있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K팝을 정의하고,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K팝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음악은 음악적 특성을 장르로 규정하나, K팝에서 음악은 장르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다. 이와 더불어 “뮤직비디오, 가수의 외적 이미지, 활동 방식, 비즈니스 모델, 팬들과의 소통 방식, 한국 기획사의 아이돌 시스템 등이 어우러져 K팝을 이루는 ’특수한 오리지널리티‘로 자리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언어와 국적 역시 하나의 음악을 규정하는 요소 중 하나이지만, K팝의 이러한 특성을 갖춘 곡들은 이와는 별개로 ’K팝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정 평론가는 “K팝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고, 처음부터 신토불이 음악은 아니었다”며 “종국에는 K팝은 하나의 스타일로 굳어져 한국인 프로듀서가 제작하거나, 한국인 멤버가 포함되거나, 한국의 색채가 담긴 음악까지 K팝의 범주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주류를 흔들며 외연을 확장하는 K팝은 끊임없는 딜레마에도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K팝 가수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K팝이 가진 특성과 정체성을 포기할 순 없다”며 “글로벌 팝 음악으로의 보편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K팝의 매력은 미국 팝가수와는 다른 특수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K팝의 특수성과 팝의 보편성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고, K팝이라고 불러도 좋은 개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고 짚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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