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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체절명의 위기, 소환된 최고의 경제학자들
12명 위대한 경제학자, 탁월한 위기 해법 제시
케인즈 대량실업, "필요하다면 재정적자 발생도"
마셜은 온건한 재분배 제시, '큰 정부'는 반대
저성장 탈출의 돌파구로 솔로는 투자 증대 제안
“경제가 모든 해법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제도를 폭넓게 살펴보면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다른 국가는 빈곤한지 알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왜 어떤 국가는 실패하고 다른 국가는 궁극적으로 성공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대담한 제안’ 중에서)

저성장과 실업, 보호무역, 불평등 심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 터진 코로나 19 대유행은 세계경제를 나락에 빠트리고 있다. 실업자수 증가, 자영업 몰락, 가계와 국가 빚 증가 등이 더해지며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경제 위기라는 진단이 나오는 상태다. 국가,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 모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런던비즈니스 스쿨 경제학 교수인 린다 유는 경제학 스승들에게서 답을 찾아나선다. 역사상 큰 위기때에 등장해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끈, 산업혁명기 애덤 스미스로부터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한 더글러스 노스까지 12명의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소환됐다.

“”코로나 19시대 가장 심각한 문제인 실업률 고공행진에 케인즈라면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 현 상황은 장기 실업율이 77%나 증가했던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태다.

케인즈는 시장의 자동 조정 능력 대신 정부 지출을 옹호했다. 필요하다면 재정 적자를 발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가 잠재 수준 이하에서 작동할 때 정부가 지출을 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케인즈가 활동한 시기는 대공황 이후 경제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던 때였다. 케인즈는 경제가 장기적으로 자동조절 될 것으로 믿고 수동적인 자세로 기다리는 재무부의 고전주의적 견해를 비판, 단기적처방·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 투자가 민간 투자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크라우딩 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저성장은 선진국을 비롯, 개발도상국의 최대 고민 중 하나. 코로나 대유행 이후 세계의 공장이 멈추면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경제 성장 모델을 파고들어 투자와 노동으로 축적된 자본이 성장의 토대를 제시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솔로라면 생산성 증가 둔화와 저성장의 딜레마에 어떤 답을 제시할까?

솔로는 장기적인 성장 전망이 경기 침체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조한 투자는 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따라서 단기· 중기적 흐름으로 인식되는 경기 순환이 경제에 대한 장기적 전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높은 실업율은 경제가 장기에 걸쳐 저성장 경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장기간에 걸친 실업은 노동자가 보유한 기술을 쓸모없게 만들어 생산활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실업률은 위기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을 유지,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솔로모델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투자를 증진해야 한다는 데 모아진다. 특히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인 기술 진보가 저조한 투자로 인해 지체돼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우리 시대 최악의 경제 문제인 심화되는 소득불평등은 답이 없을까? 미국은 상위 10%가 국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한국은 OECD 35개국 중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하다. 특히 코로나 이후 ‘언택트 산업’이 가속화하면서 많은 부분이 기계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소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정부 지원금이 틈을 메워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산업화와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부의 편중이 심화됐던 19세기 후반 도금시대를 경험한 앨프리드 마셜이라면 어떤 제안을 할까?

기회의 평등과 복지에 매달려온 마셜은 처음엔 조세를 통한 ‘재정적’ 재분배 정책에 반대했다. 소득세가 근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봤다. 마셜이 지지하지 않은 것은 광범위한 재분배 정책을 통해 소득을 평등하게 만드는 것. 1차 세계대전을 겪은 뒤 마셜은 누진세의 효과를 믿게 됐지만, ‘큰 정부’에는 부정적이었다. 마셜은 정부의 역할을 기업이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가격이 공정하게 매겨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도로 봤다. 그리고 정부 관료는 많아서는 안된다. 또한 정부가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과제인 경우에만 정부 개입을 인정했다. 경제 번영은 경쟁의 힘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견지한 것이다. 근로의욕을 꺽지 않는 온건한 재분배를 표방하는 조세정책이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 마셜의 생각으로 모아진다.

저자는 이밖에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영국과 미국의 제조업 중심의 경제 재조정에 대해 애덤 스미스로부터 조언을 얻는가 하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어빙 피셔의 조언, 저임금에 대한 조앤 로빈슨의 통찰, 통화정책에 대한 밀턴 프리드먼의 진단 등 당면한 과제에 대한 지혜를 이들로부터 구해 나간다.

책은 역사상 위기의 시대에 뛰어난 통찰로 경제성장을 이끈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알기쉽게 설명해 놓았다. 무엇보다 딱딱한 현대 경제학의 주요 이론을 현실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대담한 제안/린다 유 지음,안세민 옮김/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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