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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질에 뿔난 판매자들…‘탈쿠팡’ 시작되나
소상공인 “일부 약관·정책 부당”
쿠팡 상대 손배 청구소송 준비중
저작물 권리양도·아이템위너 정책
저작·상표권 등 침해 사례 심각
쿠팡 “소비자·영세업자 입장 반영”
상표권 침해에 항의하는 글을 남겼지만 A씨는 엉뚱한 답변만 들었다. [사진=A씨 제공]

쿠팡에서 2년 이상 상품을 판매해온 A(51, 남)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다른 판매자가 본인이 등록한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을 발견하고 항의했지만, 어이없는 반응이 돌아온 것. 그는 지난 17일과 19일 두 번에 걸쳐 해당 판매자에게 ‘상표권을 침해했으니 판매를 중단하라’는 문의를 남겼다. 하지만 ‘주문번호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엉뚱한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쿠팡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A씨와 같은 피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않자 판매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23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법무법인 오킴스는 피해 소상공인들과 함께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소송의 핵심은 쿠팡에서 요구하는 약관의 일부 내용의 불공성과 아이템위너 정책으로 인한 피해다.

▶내가 만들었는데 다른 사람이 쓴다?=A씨와 같은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쿠팡이 판매자들에게 동의를 요구하는 약관 때문이다. 쿠팡의 약관 가운데 상품공급계약 7.2 등과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약관 제17조의 일부 조항은 판매자가 저작물 및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쿠팡에게 양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관에 따라 판매자가 올린 상품 사진과 상표 등은 쿠팡이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 쿠팡이 웹페이지 편집 등을 이유로 경쟁업체의 배너에 사진 등을 붙인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렵다는 게 오킴스 측 설명이다. 즉 판매자의 저작권 침해를 약관이 조장하게 되는 셈이다.

김용범 오킴스 대표변호사는 “피해만 보고 재고는 처분하지 못해 쿠팡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며 “변호사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해볼만하다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단 소송에 관심 가지는 분들은 많지만 ‘해서 되겠어’ 하는 마음에 신청하기 어려워하신다”고 덧붙였다.

▶평판은 내가 쌓았는데… 남 좋은 일 했네=아이템위너 정책 역시 영세 판매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아이템위너는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판매자들 중 가장 경쟁력 있는 판매자를 대표 상품으로 선정해 최상단에 올리는 정책이다. 쿠팡은 경쟁력을 평가하는 항목은 다양하다고 설명하지만, 사실 ‘가격’이 주요 판단 기준이라고 판매자들은 입을 모은다.

문제는 최상단에 올라간 아이템위너가 앞선 판매자가 올린 상품 안내 콘텐츠는 물론 그가 받은 댓글과 상품평 등을 공유하는 데 있다. 상품평과 댓글 등은 판매자가 노력해 쌓은 자산이다.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해 좋은 평가를 받아온 판매자는 일부 병행 사업자 등이 비슷한 제품에 대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아이템위너가 되면 한 순간에 자신의 영업 자산을 잃게 된다.

심지어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판매자들끼리 병행 수입업체와 공식 수입업체가 뒤섞이면서 둘 사이 구분이 잘 가지 않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에 상품의 최대 매출처가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병행 수입업체가 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A씨도 “약관은 동의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판매자는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는 오히려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쿠팡은 판매자들의 주장에 대해 궁극적으로 병행수입 상품에 대한 원활한 판매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한다. 쿠팡이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방식인 ‘아이템마켓’은 병행 수입업자들에게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판매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양질의 상품에 대해 저렴하고 다양한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는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보다 다양한 사업자를 입점시켜 고객들이 양질의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마켓플레이스의 운영 방침”이라며 “판매자들의 주장대로 하면 오히려 마켓플레이스의 활성화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박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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