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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포의 흥 돋우던 물장수 옥단이, 세계적 스타로 [함영훈의 멋·맛·쉼]

목포 10대 인물하면 참 많지만, 4대 인물로 좁히면 이순신 장군, 이난영 가수,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옥단이이다.

목포시의 문화재청 공모사업, 생생문화재 프로그램 ‘목포명물 옥단이! 잔칫집으로 마실가다’
옥단이 초상화도 등장했다.

옥단이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목포 유달산에서 물을 길어다 평지의 도심에 날라주고 누가 부르면 달려가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몇몇 사람들은 지능이 모자란다고 했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예쁘장한 얼굴에 언제나 싱글벙글 웃으며 동네의 대소사에 빠지지 않고 나타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췄다. 그는 목포의 흥 제조기, 억척 산소통이었다.

목포가 낳은 한국 대표 극작가 차범석은 옥단이는 만인의 벗이었다고 평했다. 가끔은 천대받았지만, 순수의 힘으로 실의에 잠긴 목포에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희망을 쏘았던 여인으로 재평가되는 상황이다.

목포 목원도 옥단이길

옥단이길
옥단이길 벽화

목원동 옥단이길엔 무인카페 화가의 집, 담장 위를 달리는 자동차, 옥단이가 꿈꾸었을 꽃가마 그림, 학교가는 길 누군가를 기다리는 남학생 동상, 사람이 서면 인어공주가 귀엣말을 하는 것 같은 인어 벽화 등을 만난다. 지난해 10월엔 옥단이 골목길 들썩들썩 축제도 열렸다. 전원일기 극작가, 반전의식 일깨운 소설 ‘불모지’, ‘산불’을 쓴 작가 차범석의 생가도 만난다.

옥단이 스토리는 이웃의 얘기이지만, 사람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강하다. 평범하지만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도 스타나 위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목포시는 문화재청 공모사업인 생생문화재 프로그램 '목포명물 옥단이! 잔칫집으로 마실가다'를 지난 30일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 개최했다. 이 공연은 9월과 10월에도 이어진다.

극단 갯돌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목포진 역사공원(전남도문화재자료 137호)에서 출발해 근대역사관 2관(옛 동양척식 주식회사, 전남도지방기념물 제174호)과 근대역사관 1관(옛 목포일본영사관, 사적 제289호)을 거쳐 목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마무리 되는 이동형 거리극이다. 문화재에 대한 해설과 어린이 퀴즈, 태극기 만세놀이 등이 더해졌다.

이승만 문화재 과장은 “이번 프로그램이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친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생생문화재 사업을 통해 국민들이 교훈과 힐링 모두 얻을 수 있도록 콘텐츠 발굴과 개발에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카오 국제 퍼레이드대회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옥단이.
마카오 국제퍼레이드 대회에서 글로벌 여행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옥단이

옥단이 퍼포먼스는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옥단이 대형 조형물을 모신 목포 옥단이-갯돌 문화팀은 2018년 12월 마카오에서 열린 국제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세계 74개 팀이 출전한 이 국제 퍼레이드대회에서 4m짜리 초대형 옥단이 인형과 목포의 스토리를 담은 코스프레 퍼레이드단은 성포유적지-성도밍고성당-세나도광장-난반호수를 거치며 마카오사람들과 글로벌 관광객들로부터 갈채를 받았고, 사이반호수광장의 파이널무대에서 관람객들의 환호 속에 대미를 장식했다.

여러 나라 대표단의 화려한 분장과는 달리 수수한 한복차림에 물지게를 진 옥단이의 순박한 모습에 길 양쪽에 도열한 마카오 사람들이 친근함을 표하고, 자신들의 옛 삶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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