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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도1번지 강진④] 찍먹 육회·회춘탕, ‘푸소’의 情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강진의 지도는 부지런하고 지혜로운 아낙의 몸빼 혹은 스켈레톤 올림픽 챔피언 윤성빈의 말벅지를 닮았다. 그 한가운데에 있는 20만평 강진만생태공원에는 드넓은 갈대바다 사이로 멸종위기종 꺽저기와 수달, 도요새, 짱뚱어와 칠게 등 1131종이 노닌다.

강진만 갯벌, 일촉즉발. 칠게가 다가오자, 짱뚱어가 지느러미를 곤두세우면서 경계하고 있다. 어린 짱뚱어들은 비례물시 가던길을 재촉한다.
강진만생태공원엔 무려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무려 1131종이 서식한다. 생물다양성과 함께 이곳 사람들의 자연사랑 마음을 보여준다.

밤에는 미항으로 변신하는 마량(馬糧)은 탐라(제주)에서 키운 명마를 청년이 되기 전에 더욱 튼실하게 육성해 한양으로 보내던, 에너지 넘치는 곳이다. 사람과 말이 탐라로 오가는 바닷가라서 강진 남부를 ‘탐진’이라 부르기도 했다. 요즘 탐진은 강 상류인 장흥이 더 많이 쓴다.

강진만 갯벌의 생명력, 용혈암의 정기, 마량의 에너지는 강진 사람들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천혜이다.

이 속에서 월출산 아래의 금릉(=강진) 사람들은 암수 일체형 청자 기와(靑瓦)의 고난도 기술, ‘밥상을 보약상처럼’ 과학과 인정 담은 음식 문화, 전통과 현대 문화가 어우러진 ‘강진 나이트 드림’, 공연예술 연습센터 ‘아르코’ 같은 예술적 끼를 발휘하고 있다.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고난도 청자 기술을 발휘하는 모습에서 보듯, 금릉 사람들의 재주와 감각이 보통이 아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모란이 피기까지는...영랑 생가와 모란

읍내 반경 1km 안에는 그들의 진면목이 싹 다 모였는데,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과 ‘모란이 피기까지’의 김영랑 생가와 모란공원 ▷그냥 ‘순수시’로 도피한 것이 아니라 일제에 대한 저항에도 동참했던 시문학파의 기념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아전 등 양반가문이 아닌 자제의 교육까지 시켰던 주막 별관 사의재 ▷먹거리 과학의 천국 중앙로 상가 ▷아이돌급 녹음실을 갖추고 동네스타 소개, 라이브 공연을 하는 ‘오감통’ 등이다.

삼합에서 회춘탕, 버무리지 않는 찍먹 육회, 퓨전음식, 하우스커피까지 식음과학은 중앙로 상가 40여개 음식점에서 발휘된다.

티끌 같은 문제가 생기면 강진군수가 책임지는 강직구(강진농수특산물직거래연구회) 농업법인 ‘초록믿음’은 프리미엄 쌀 ‘호평’, 토마토, 딸기, 연근, 귀리를 엄선해 판매한다. 토하젓, 된장, 미역, 꼬막, 유자차는 전국1등 브랜드이다.

강진 ‘찍먹’ 육회를 먹으면 유쾌해질 수 밖에 없다.

강진삼합의 백미는.....김치다. 삼합의 대표주자라고 주장하는 다른 고을과 차이나는 이유이다.

농박(農泊)체험 ‘필링 업 스트레스 오프, 푸소(FU-SO)’는 산 아래 한옥마을에서 주인과 정담하며 보내는데, 참가하는 사람들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월출산이 보이는 푸소 민박농가마을에서 ‘달빛 한모금’이라는 예쁜 간판을 내건 곽채정-김정자 부부는 남도에서 자란 뒤 수도권에서 생활하다 세 남매 지원-지현-태인씨를 훌륭하게 키워 독립시킨 뒤, 산 좋고, 인심 좋은 강진에 인생 2막을 열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부부는 여행자 일행이 당도하자 서울에서 조카나 동생이라도 온 듯, 온갖 먹거리를 내오고, 강진의 총체적 미학을 편안한 어조로 들려주었다. 1식15찬의 거한 아침밥상을 받아본 것은 생애 처음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강진의 이 홈스테이 아이디어를 높이 사서 지원하고 있다.

강진 푸소 한옥민박마을의 7월초 어느 흐린날 아침
‘달빛 한모금’ 민박에선 1식15찬에 이 가정의 화목까지 흡입한다.
‘달빛 한모금’이라는 예쁜 간판을 내건 한옥민박 주인 곽채정-김정자 부부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는 일주일 내내 점심뺀 1일2끼, 숙박 및 체험 제공인데 1인당 15만원에 불과하다. 시내 장급 여관에서 잠만 자도 40만원인데, 과하다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한국관광공사 우수 야간관광 프로그램으로 뽑힌 ‘강진 나이트드림’ 공연은 7월25일, 8월29일 이어진다. 공연이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이트드림은 어렵지 않게 실현된다.

청년상가 ‘청춘 극장통길’에는 포토존, 벽화, 막걸리체험장, 쉼터, 특산물 판매장, 강진책방 등이 있다.

강진오감통 녹음실

택시만 타면 대기업 회장님 처럼 여행할 수 있는 관광택시(1544-2834)도 운행하는데, 5시간에 8만원이다. 여전히 빠진 것이 참 많다.

강진 답사기는 할 말이 너무 많아, 늘 숨이 차다. 남도답사 1번지로 ‘금릉 강진’을 내세우고 다른 고을의 3배 이상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할애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마음을 이제 발끝에서 알 것 같다.(계속)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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