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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호 칼럼_포스트 코로나, 실용 균형외교가 답이다

△ 이창호 헤럴드에듀 논설위원 겸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일으킨 사태가 전 세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바야흐로 전 세계적 국제정치•경제 질서가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After Corona)시대로 구분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는 그동안 전 세계를 하나의 영역권으로 지배하던 세계화가 종말을 맞을 것, 하지만 글로벌 가치사슬의 근본적 변화 속에서 나라마다 각자의 길을 걷는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전 대통령의 행정부 시절 미국의‘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전략을 입안한 커트 캠벨은 국제관계 평론 잡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코로나19가 가져올 국제정치의 지형 변화로, 미•중 간 세력전이가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예컨대 미국은 자유주의라는 이념적 진영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반면에 중국은 탈이념적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제관계에서 중국은 자유주의에 대항할 만한 이념적 자원이 없기에 탈이념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 틀림없다.

중국이 제시하는 신형대국관계론이나 인류운명공동체론, 정확한 의리관(義利觀) 등의 개념은 모두 이념적 색채가 없는 ‘실용주의 노선’을 천명한 것들이다. 요컨대 ‘자유주의 대 비자유주의 진영’이라는 전 세계적인 대립구도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또한 미•중 간 신냉전 체제는 흑백으로 완전히 단절되기보다는 중간에 적지 않은 중간지대(회색지대)가 존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 양국은 이러한 중간지대 국가들을 상대로 강압적이면서도 때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각자 자신의 편에 서라고 압력을 가할 것이다. 따라서 중간지대에 속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선택’의 교차 선상에 놓이게 될 것이다. 많은 국가는 절체절명의 안보위기에 직면하지 않는 한, 중간지대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한쪽으로 치우치는 일방적인 외교는 그다지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중 간 신냉전 구조가 심화할수록 그 어떤 나라보다도 강력한 '선택 압력'에 시달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게다가 구냉전 시기처럼 일방적 편승이 가능하다면야 정말 쉽겠지만, 현재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요컨대 우리에게 있어 한미혈맹의 유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국가이면서 우리나라가 경제 교역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중국을 적대국으로 만들고서 과연 대한민국의 발전전략이 가능할까?

한편, 한중관계사 연구 권위자인 베이징대학교 쉬완민(徐萬民) 교수는 “한국과 중국 민족의 고유한 특성을 비교하면서, 한국은 명분과 정의에 충직한 ‘강(剛)’의 민족인 반면, 중국은 유연하면서도 질긴 생명력을 가진 ‘인(靭)’의 민족”이라고 평가했다. 요컨대 중국인들의 최대 특성은 인내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만만디(慢慢的)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우선적으로, 전 세계적인 혼란을 몰고 올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시대를 준비하고,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강대국들의 영향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전 세계적 힘의 질서를 능수능란하게 타 넘는 참살이 균형외교로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언컨대 ‘참살이 균형외교’는 국내 진영정치에서의 알량하고 편협된 당리당략을 넘어선 실용적 국민통합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창호(李昌虎. 60세)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 겸 헤럴드에듀 논설위원, 《시진핑 위대한 중국을 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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