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北, 文대통령 호소에도 軍까지 나서…‘삐라’엔 ‘삐라’ 대응 선언
개성공단ㆍ금강산 군부대 재진출 예고
北선전매체 文대통령 ‘멍청이’ 댓글 노출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6일 공개보도 형식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남북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에 군대 재진출과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했다. 지난 2017년 4월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전단.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경색 속 대화와 신뢰를 호소했는데도 군부까지 나서서 대남 대적(對敵) 수위를 또다시 끌어올렸다.

남측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6일 ‘공개보도’ 형식을 통해 남북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역에 다시 군대를 진출시키겠다고 예고했다. 또 남측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해 주민 차원에서 대남전단을 살포할 것임을 시사했다. 남측의 ‘삐라(전단)’에 ‘삐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총참모부의 이날 공개보도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사흘 전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면서 “우리 군대 역시 인민의 분노를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사실상 군부를 향해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총참모부의 이 같은 입장은 군사분계선 일대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모든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총참모부를 내세워 비무장화된 지대 군대 진출과 대남전단 살포를 언급한 것은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끊는 수준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남북합의를 파기하는 수순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라며 “남측이 먼저 합의를 파기했으니 자신들도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참모부가 언급한 비무장화된 지대에 군대 재진출과 관련해선 개성공단이 들어서면서 2선으로 물러난 포병을 중심으로 한 군 전진 배치가 유력 거론된다. 과거 북한 군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공단에 합의했을 때도 내부적으로 적잖은 반론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금강산 일대 남측 관광객이 이용하던 통로에 군부대 재배치와 함께 군사합의에 따라 철수된 감시초소(GP) 원상복구 등도 거론된다. 남북이 군사합의에서 합의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무력화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판문점 일대에서 의도적으로 무장병력을 노출시키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적이 있다. 이 경우 남측 정부가 의욕적으로 준비 중이던 판문점 견학과 관련한 신변안전 문제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북한 총참모부의 입장은 문 대통령이 전날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반목과 오해가 평화와 공존을 위한 노력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 뒤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끊임없는 대화로 신뢰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는데도 북한은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논설에서 “철저한 보복전이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며 “세계는 우리 인민이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어떤 징벌의 불벼락을 안기고 인간쓰레기들을 어떻게 박멸해 버리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며 대남 비난을 이어갔다. 특히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같은 날 독자감상글 코너에서 “문재인이 굴러들어온 평화번영의 복도 차버린 것은 여느 대통령들보다 훨씬 모자란 멍청이인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라는 댓글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 총참모부는 당장 행동에 착수하기보다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 비무장화된 지역 재진출과 대남전단 살포 협조 의견이 접수됐다는 식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총참모부가 담화나 성명이 아닌 공개보도라는 형식을 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해 이미 준비된 대로 대응하는 느낌”이라면서 “당장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만단의 태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식으로 나름 수위를 조절했다”고 평가했다.

shind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