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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안여행④] 호기심 자극하는 폐선, 동해 품은 서해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해안선 행군과 태안 종단 대장정이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태안 곳곳에 해변 사막(사구)을 만들고, 해안바위를 깎거나, 매끈하게 서풍받이 절벽을 만들 정도로 강력한 서풍 때문에 더위를 느끼기 어렵다.

백사장항 한켠에 끌어올려진 수백년전 폐선은 여행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태안군은 2021년 무렵 이 배를 치웠다.

게다가 그림같은 섬들이 안구를 정화하는 가운데, 과거 언제인가 선원들에게는 중요한 무언가를 실어나르다 좌초한 폐선의 못다이룬 꿈이 감성을 자극하고, 하늘 높이 패러글라이딩의 활강은 시원스러워 지루할 틈이 없다.

▶100km 해안선, 거리두고 골라 걷기= 태안 해변 걷기여행길은 북쪽 학암포를 시작으로 바라길, 소원길, 파도길, 솔모랫길, 천사길, 노을길, 샛별길, 바람길까지 구불구불 250리나 이어진다. 이번에 탐방한 곳은 노을길과 바람길이다.

드르니항 건너편 백사장항에서부터 노을길이 시작된다. 모래가 유난히 희기에 보통명사 같은 백사장 명칭을 고유명사로 쓴다. 우리나라 최대 자연산 대하집산지.

태안의 역사유적으로는 고인돌 많은 고남면의 패총, 근흥면 안흥성, 태안읍내 마애삼존불, 이방원이 세자 이도와 함께 와서 운하굴착을 지휘했던 서산 방향 굴포운하 자취(복원 중단), 보물을 싣고 오갔던 남면 백사장항의 폐선 등이 있다.

노을길의 곰솔림. 곰은 검다에서 나온 말이다. 검은 소나무라는 뜻. 태안에는 해안 곰솔과 해안에서 떨어진 구릉지에 있는 붉은 빛의 금강송 계열 적송(울진 봉화 춘양목과 동종)이 있다.

▶신비감, 호기심 자극하는 백사장항 폐선= 노을길에 접어들기전 폐선 촬영은 필수다. 이 배의 선원들도 부자가 되는 부품 꿈을 품었겠지. 그들은 어떤 사연을 가졌고, 이 배는 왜 여기에 고독하게 서 있을까. 많은 궁금증을 낳는다. 호기심이 커지기에 여운이 오래 남는 역사의 흔적이다.

바람아래 해변에선 바다 건너 또 바다를 연출하는 풀등의 서정을 느낄수 있다.

백사장항을 남쪽 세 개의 봉우리가 인상적인 삼봉해변에 닿으면 해송이 빽빽하게 들어찬 곰솔림이 기다린다. 방풍림이 이렇게 여러 겹 숲 처럼 조성되기가 쉽지 않은데 사구가 땅이 되어 들과 구릉이 되는 바람에 해송군락이 넓어진 듯 하다.

해안 동식물의 보고가 된 기지포 해안사구에서부터 천연기념물 138호인 방포 모감주나무 군락지, 꽃지 까지 생태 여행이 이어진다.

태안 꽃지

▶고남 풀등과 솔숲, 럭셔리 호피무늬 도마뱀= 태안 최남단에 있는 바람길은 황포항에서 바람아래해변, 고남패총박물관을 거쳐 영목항까지 이어진다.

바람아래 해변은 물때에 따라 ‘바다 건너 바다가 또 있는’ 풀등의 조화가 신비롭다. 썰물 때 땅속으로 들어간뒤 물방울을 뿜어내는 ‘게’구멍에서 생명력이 느껴진다.

안면도 부상탑과 부교

육지에 갇힌 바다를 낀 장곡리엔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조성된 염전과 소금더미가 장관을 이룬다.

그 서쪽의 운여해변의 모래는 빛났다. 소금때문이 아니다. 규사 성분이 많다보니 한국유리의 원료로 쓰인다.

운여해수욕장 방풍림은 군대처럼 질서있게 도열해 있다. 이곳 역시, 안면도 부교와 부상탑, 꽃지 만큼이나 반드시 찍어야 한다.

운여해수욕장 방풍림이 본부중대 처럼 도열해 있다.

▶태안의 동해…연포,황포 일출명소도 즐비= 바람아래는 마치 사막과 같은 모래언덕 아래로 바람도 비켜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마트라섬의 키나발루산 의미도 바람아래산인데, 두 곳 모두 평안하다는 뜻이겠다.

이곳은 멸종 위기종 2급인 표범장지뱀이 ‘표롱이’가 서식해 특별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태안 생태의 프랜차이즈-플래그쉽 스타, 깃대종인 이유는 도마뱀이 표범의 옷을 입은 희귀종이기 때문이다.

호피무늬 옷을 입은 도마뱀, 표범장지뱀 ‘표롱이’는 태안 해변만이 갖는 독특한 환경을 대변하는 프랜차이즈, 플래그쉽 스타 ‘깃대종’이다.
안면도 해안길 걷기에는 교양도 얻어간다. 해안사구를 설명한 안내판.

최남단에서 돌아오르면 서해의 동해(태안 동쪽 바다) 황포, 대야도, 안면암을 만나는데, 일출 풍경이 기가 막히다.

태안의 또다른 동해, 안흥항이 있는 근흥반도의 연포에선 일출축제도 열린다. 뜨는 해 사이로 섬이 있으니, 간절곳, 호미곶, 추암촛대바위, 하조대가 부럽지 않다.

※알림: 폐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 무엇을 싣고가다 침몰 혹은 인양된 배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태안 전문가의 연락이 왔기에 이를 수정합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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