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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9%살균제, 우리는 안전할까?
청결할수록 세상은 거대 쓰레기장으로
침대 진드기, 냉장고 박테리아 힘 못써
세제 수십만톤 화학물질 방류, 건강에 '독'

모든 생명체 자체 청소 시스템 기능
과도한 항균물질 사용,박테리아 균형 깨트려
개인위생, 비누로충분, 공포는 잘못된 반응

“현재 집 청소는 전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다. (…) 빗자루, 진공청소기, 대걸래, 헝겊, 바닥 걸레 이외에 특수 청소용품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다시 한번 거대한 양의 화학물질이 하수관으로 흘러들어간다. 주방세제 26만톤과 청소 세제 22만톤이 흘러간다.”(‘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에서)

코로나19 위기로 99.9%살균제들이 주변에 넘쳐나고 있다. 욕실과 주방, 세탁실 등에는 온갖 세제들이 넘쳐나고 먼지와 박테리아를 없애는 청정기들이 곳곳에 돌아가고 있다. 한 톨의 오염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공격적 대응은 더욱 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결을 위한 소비가 환경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대체로 무감한 게 사실이다.

독일 출신의 과학 저널리스트 한네 튀겔은 저서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반니)에서 과도한 항균물질 사용이 환경과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 우리가 청결할수록 세상은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고 우리의 면역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선 우리가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물이란 무엇일까? 보통 걸레 1㎠안에 1억 마리, 냉장고 10 ㎠에 1억1300만 마리의 박테리아가 우글거린다. 침대에는 진드기가 150만 마리, 수세미에는 632종의 박테리아, 집 먼지에는 독성화학물질 45개가 함유돼 있다.

매우 위험해 보이지만 저자에 따르면, 침대의 진드기와 냉장고의 박테리아는 수만 많을 뿐, 오합지졸로 힘이 없다. 먼지 뭉치를 집어먹거나 수세미를 씹거나 걸레로 입을 닦지 않는 한 괜찮다는 얘기다.

청소는 생명체의 주요기능 중 하나다. 모든 생명체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청소를 통해 곰팡이 진드기, 머릿니,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에 맞서 자신을 방어한다.

대왕가오리들은 물에서 솟아올라 바다표면에 배를 부딪히는 방식으로 기생충을 떨구고, 대부분의 새들은 먼지를 일으켜 깃털 위에 붙어있는 진드기들을 떨궈낸다. 그런가하면 코끼리, 코뿔소, 하마 등 피부가 두꺼운 동물들은 진흙탕에서 뒹군 뒤, 일광욕으로 딱딱하게 굳힌 다음 외투를 벗듯 진흙을 벗겨냄으로써 진드기와 이를 모두 떨궈낸다.

곤충들의 청소법은 놀랍다. 개미는 방향과 후각기능을 하는 머리에 달린 두 촉수를 발에 거는 동작으로 세 단계를 거쳐 오물을 처리한다.

더러운 연못 속에서 자라는 연꽃, 장미와 데이지, 참나무와 사과나무의 꽃과 잎 등 대부분의 식물들은 일명 ‘연꽃 효과’로 오물을 막는다. 연잎의 표면은 유두 모양의 작은 돌기들과 견고한 배열로 먼지나 곰팡이 포자가 묻는 것을 막고, 물 조차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돌기 위에서 구슬 모양으로 오물입자를 품는다.

인간의 청소법은 10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때부터 털이 사라지고 땀샘이 발달하면서 다른 영장류와 달라진다. 털이 없어지면서 위생면에서 세 가지 도전을 받게 되는데, 보호막인 피부와 모발을 위한 바디 케어, 보온효과를 주는 옷 세탁, 안전을 보장하는 집 청소가 필요해진 것이다.

바디 케어 시장은 선진국의 경우 각 나라마다 수십조원에 달한다.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불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피부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물과 비누만으로 피부관리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고체비누로 씻은 경우 산성보호막이 잠깐 사라지는데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다만 신체의 유분이 같이 씻겨나가는 것이 문제인데 로션을 발라준다고 대체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의학적 관점에서 바디케어의 올바른 자세는 비누를 조금만 쓰라는 것. 얼굴에 비누칠을 굳이 할 필요가 없고, 목욕시에도 박테리아가 즐겨 모이는 곳만 쓰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손은 비누로 수시로 닦을 것을 권한다.

저자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소독제 남용의 현실과 부작용을 들려준다. 독일 소비자보호센터는 소독제 남용과 관련, ‘39. 불필요한 소독제’라는 책자를 발간했는데 그 중 치약, 가글액, 페이스 파우더, 비누, 샤워젤, 데토도란트 등에 사용하고 있는 트리클로산은 사용금지 딱지를 붙였다. 하수 정화시설에서 분해되지 않고, 알레르기 유발, 약의 효능 물질에 내성 유발, 호르몬 시스템 붕괴 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먼지와 세균에 대한 과도한 공포 대신 어떤 오물이 왜 위험한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잘못된 청결 이해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현대병으로 불리는 알레르기의 경우 최신 연구에 따르면, 집 안의 먼지와 오물이 적다고 천식이나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소로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것과 알레르기 예방 사이에는 상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역사 속 청결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흥미롭다. 고대 로마에선 ‘풀로니카’라 불리는 세탁소가 있었는데 오줌으로 옷을 빨았다. 돈벌이가 좋은 사업이었는지, ‘돈에서는 악취가 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이 여기서 유래했다. 중세 페스트와 콜레라가 유행할 때 사람들이 물을 피했는데, 물이 피부를 무르게 해 모공 사이로 전염병이 들어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마른 수건으로 몸을 문지르고 강력한 향수를 뿌리는 마른 목욕법이 생겨났다.

청소에 대한 심리분석도 귀기울일 만하다. 한 설문에 따르면, 청소의 중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54%가 집에서 질서를 잡는데 성공하면 다른 과제도 통제를 잘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답했는데, 청소를 통해 불확실성을 통제한다는 느낌과 자부심을 갖는 것이란 분석이다.

책은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상에서 지켜야 할 대안들을 제시하는데, 가령 박테리아 박멸 대신 정원 가꾸기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 등이다. 수많은 과학자와 현장 전문가를 만나고 함부르크의 새벽청소 등 현장을 발로 뛴 저자의 생생한 증언과 데이터, 연구 결과들은 코로나 19시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한네 튀겔 지음, 배명지 옮김/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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