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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눈에 읽은 신간]‘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외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김솔 지음,아르테)=독특한 소설적 상상력과 형식으로 주목을 받아온 소설가 김솔의 짧은 소설 모음집. 2017년 ‘망상,어語’이후 3년만으로 김솔 특유의 기발한 40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여섯장을 넘지 않는 짧은 소설들은 알레고리로 가득차 있다. 일상 속에서 의심없이 당연시해온 것들 혹은 처음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다가 결국 무뎌진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각 소설들은 낯선 이야기를 통해 감각을 일깨운다. 7년동안 수정 배아를 병원에 보관한 뒤 낳은 쌍둥이 동생을 갖게 된 여덟살 소녀 (‘복제’),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의사(‘가려움’) 등 주인공의 과장되거나 집요한 생각, 행동들은 일그러진 사회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동물원에서 자유를 찾아 밀림으로 도망친 코끼리에 대한 갑론을박(‘소문’), 백조가 유색인종만을 골라 공격해 화제가 된 워릭셔 야생동물보호구역의 담당자 제프(‘각인’) 등 풍자와 우화를 넘나드는 이야기들은 짧지만 강렬하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이국적인 인물과 공간을 등장시키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는 김솔만의 흥미로운 이야기스타일은 먼 전설, 민담처럼도 읽힌다.

▶뉴타입의 시대(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인플루엔셜)=대전환의 시대다. 코로나 19 위기 뿐만 아니라 기술 진보가 빨라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져 미래예측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저자는 이런 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선 새로운 타입의 인재와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답만 쫒는 20세기식 엘리트는 과감한 구상과 다양한 시도가 요구되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측불가능한 시대를 돌파할 사고와 행동의 프레임을 올드타입과 뉴타입으로 명쾌하게 대비시키는데, 한 예로 ‘기업의 해결사’로 불린 MBA출신 컨설턴트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의 능력자체가 포화상태가 돼 범용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순종적이고 계획중심적, 책임감이 강한 올드타입과 달리 뉴타입은 자기만의 철학과 직감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위기를 돌파해내고 시대에 필요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해낸다. 뉴타입의 경쟁력은 의미와 놀이,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에 있다. 즉 쓸모없는 계획과 예측을 제쳐두고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일에 바로 뛰어들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1세기식 혁신의 특징이다. 저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뉴타입의 패러다임이 세계의 시나리오를 다시 쓰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편견과 싸우는 박물관(리처드 샌델 지음, 고현수 박정언 옮김, 연암서가)=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세인트 몽고 종교적 삶과 예술박물관은 세계 6대 종교의 전시물을 한 공간에 어우러져 전시하는 게 특징이다. 관람자들이 각 종교의 동등한 가치와 중요성,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관람후엔 게시판에서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했는데, 이런 기획은 박물관설립 취지에 따른 것이다. 최근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을 다루며 사회정의를 의도하는 전시와 박물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영국 박물관학의 산실인 레스터대 학장인 샌델은 이 책에서 박물관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박물관은 다름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고 나누도록 구성하고 재구성하는 역량을 갖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편견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하는 박물관'은 그렇다고 전시기획자의 의도만으론 가능하지 않다. 저자는 관람객이 특별히 관람하기 어려워하는 형태의 편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은 명백히 비판받을 행위로 여기고 어떤 것은 타협가능한 것인지, 논란적인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 어떻게 관람자를 끌어들일 것인지 등 수많은 사례를 통해 현실적인 조언을 담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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