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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 위 거리두기·달라지는 편성…코로나19 시대의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국내 최초 무대 위 거리두기를 적용, 연주자간 거리를 1.5m로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코로나19 시대의 오케스트라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무대 위에도 ‘새로운 표준(뉴 노멀)’이 등장했다.

지난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 ‘오스모 벤스케의 그랑 파르티타’에는 약 50명의 단원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2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의 취임 연주회에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하기 위해 합창단까지 200명의 인원이 무대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단출해진 구성이다. ‘무대 위 거리두기’로 인해 나타난 모습이다.

오스모 벤스케 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취임 음악회에서 ‘부활’을 연주한 이후 모든 게 변했다”며 “무대에서 최우선은 연주자의 안전이다. 공간적 여건 탓에 많은 연주자가 무대에 올라갈 순 없지만 음악의 질적인 부분을 타협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코로나19 시대의 공연 방안으로 ‘무대 위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일상 속에서 보다 안전하게 건강을 지키면서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연주자 사이의 거리 두기 앉기(최소 1.5m)가 가능한 곡으로 공연 프로그램을 바꿨다. 또 비말 전파 위험이 큰 관악기는 참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협연자 역시 국내에 거주하거나, 한국 아티스트를 우선 순위에 뒀다. 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 현악기 파트는 1인 1악보를 사용하고, 관악기 연주자 주변에는 투명 방음판과 개인별 비말 처리 위생용기를 뒀다. 관악기를 제외한 연주자들은 리허설과 연주 중에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다. 벤스케 음악 감독은 “1.5m 기준은 독일오케스트라 협회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며 “연주자의 안전만큼은 타협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럽과 북미 교향악단들은 공연을 재개하며 무대 위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중 독일의 규정이 가장 엄격하다.

서울시향에만 나타난 변화는 아니다. 국내 다른 교향악단 역시 연주자 간의 거리 두기로 공연을 올리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난 3일 열린 무관중 온라인 공연에선 연주자 간의 거리를 1~1.2m로 두고 공연을 진행했다. KBS교향악단도 최근 열린 특별 연주회에서 무대 위에 오르는 인원의 수를 줄였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이전 정기 연주회에는 85~90명이 올라갔으나, 이번엔 65명으로 스무 명 이상이 줄었다”고 말했다. 무대 위 거리두기를 적용할 경우 공연장마다 차이가 있으나, 보통 50~60명 정도의 단원이 올라간다. 호주에선 최대 65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무대 위 거리두기를 적용하면 연주 프로그램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서울시향 역시 지난 5일 공연에서 대편성이 필요한 관현악곡 대신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과 모차르트 세레나데 10번을 연주했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차이코프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 대신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와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선보였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인원의 제한이 있다 보니 장르의 구분보다는 편성이 작은 작품이 많이 연주될 것“이라며 “체임버 오케스트라(실내 관현악단)나 현악 앙상블, 모차르트나 하이든, 베토벤의 초기 작품들을 더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림 음악평론가 역시 “소규모 편성의 고전주의 작품이나 역사주의 방식으로 연주하는 낭만주의 시대의 작품, 현대음악 중 실내악 편성이 많이 들릴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노 교수는 “웅장한 작품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오밀조밀한 앙상블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단원들의 연주 실력이 더 많이 노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클래식계가 조심스럽게 공연을 재개하고 있는 현재, 국내에선 고심이 깊어진 상황이다. 엄격한 거리두기로 도리어 공연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류 평론가는 “무대 위 거리두기가 요식행위로 그치지 않으려면, 무대 뒤의 안전에도 신경써야 한다”며 “비좁은 대기실 공간과 퇴장 전후, 식사 중에도 연주자들의 안전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연주자와 관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공연장 입퇴장 당시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이 무대나 객석 거리두기 보다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되, 보다 유연하게 전 세계 교향악단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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