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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연지, 마침내 만난 인생 캐릭터…“진실한 사람, 공감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이자 크리에이터로 대중과 소통
사람들과 만나며 유튜버로 소명감 느껴
데뷔 6년차, ‘차미’ 만나며 연기 인생 날개
“공감할 수 있는 배우, 진실한 사람 되고 싶다”
뮤지컬 ‘차미’에 출연 중인 배우 함연지는 유튜브 채널 ‘햄연지’를 통해 크리에이터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함연지의 채널에는 그 흔한 악플 없이 긍정적인 댓글이 줄을 잇는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요즘 소소한 인기를 얻는 유튜브 채널이 하나 있다. 채널명 ‘햄연지’. 첫 영상이 올라온 것은 약 일 년 전이지만, 최근 두 달 사이 활동이 왕성해지며 구독자 11만 명을 넘어섰다. 채널의 운영자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연예인 주식부자’, ‘재벌 3세’. 흥미로운 점은 이 채널에는 그 흔한 악플이 없다는 것이다. 레시피 습득에 대한 인사부터 사랑스럽다는 칭찬, “몸이 아파 최근 몇 달간 웃을 일이 없었는데 이거 보고 빵터졌어요”라는 긍정적인 댓글들이 압도적이다.

뮤지컬 배우 함연지가 1인 2역에 성공했다. 뮤지컬 ‘차미’로 관객과 만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일상을 공유하며 크리에이터로도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함연지의 미소는 여전히 밝았다.

“처음엔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유튜버로서 어떤 소명감을 느껴요. 댓글을 읽을 때마다 나의 콘텐츠로 사람들이 잠시나마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뿌듯해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도 꼽았다. “조카가 어릴 때 오뚜기에서 심장 수술을 받았는데 지금은 자라서 의료인이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댓글이라고 한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돼준 오뚜기의 후원 사업은 인터넷에서도 유명한 ‘갓뚜기’ 미담 중 하나다. “직접 댓글을 남겨주시니 유튜브가 소통의 창구가 된 것 같고 기분이 남다르더라고요.”

뮤지컬배우 함연지. 박해묵 기자

채널의 아이템은 다양하다. “콘텐츠의 중심은 함연지라는 사람”이라고 한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시는 것, 보고싶어 하시는 걸 주로 해요. 아이디어를 종종 내는데, 절반 이상이 별로라고 채택되지 않아요.(웃음)”

이 채널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영상은 ‘어버이날 특집’ 편. 뮤지컬 배우 함연지의 아버지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출연했던 콘텐츠다. “햄연지 아빠 함영준입니다”라는 예고 영상으로 시작한 방송의 조회수는 무려 98만회. 함연지는 “요즘 핫한 오뚜기 레시피”라며 ‘철판 돼지 짬짜면’과 크림수프 리조또를 만들어 아빠에게 대접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오뚜기 제품의 탄생 비화와 소탈한 기업 회장님의 이면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채널의 가장 큰 매력은 10분 내내 넘쳐나는 함연지의 ‘행복 에너지’다.

[페이지원 제공]

무대에서 함연지의 모습과는 다르면서도 닮았다. 최근 관객과 만나고 있는 ‘차미’ 속 캐릭터는 함연지의 밝음을 극대화한 인물이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이후 2년 만의 복귀 무대에서 그 어느 때보다 딱 맞는 옷을 입었다. ‘차미’는 SNS가 파고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심한 취업준비생 차미호는 함연지가 오디션을 통해 따낸 배역이다. “요즘 SNS에서 화려하고 완벽한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잖아요. 그럴 때마다 중심을 잡기가 힘들어요. 저도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찍은 영상에선 어플을 썼어요. 그러다 DSLR로 찍으려니 어플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크더라고요. 그게 제 얼굴인데도 보정하지 않은 모습을 보는게 너무 무서웠어요. 그럴 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작품의 메시지가 저한텐 너무나 공감이 됐어요.”

함연지는 자신 역시 미호와 닮았다고 고백한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요. 무대에 설 때와는 달리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하기도 하고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대범해졌지만, 낯도 가리고 소심한 면이 있어요.” 무엇보다 소심한 듯 보여도 강단이 있고, 밝고 순수한 모습은 함연지의 모습 그대로다. “사람들이 차미호랑 함연지가 같은 사람 아니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저는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죠.”

함연지의 평생 꿈은 유치원 때 시작됐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 매료된 것이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하루에 두 세 번씩 ‘사운드 오브 뮤직’을 돌려봤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를 다 외웠는데, 그걸로 그렇게 영어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웃음)”

사실 그는 될성 부른 나무였다.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아빠도 노래를 잘 부르시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세요.” 중학교 땐 ‘인어공주’를 부른 노래 영상이 알려지며 ‘중학생이 부른 인어공주’로 유명세도 얻었다. 이미 학창시절부터 수상 경력이 상당했다. 한국방송예술진흥원 ‘7 스타즈 콘테스트’(2010)에서 최우수상, 청소년 독립기념관 공연제(2010)에서 장관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 제가 뮤지컬 동아리를 만들어 억지로 애들이랑 대회에 나갔어요.(웃음)”

뮤지컬배우 함연지. 박해묵 기자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이후로는 스스로 길을 만들었다. 해외 뮤지컬 배우들을 뒷조사하며 그들의 과정을 밟아봤다. 대원외고 재학 시절 미시건에 있는 예술 고등학교(인터라켄 센터 오브 아트)의 뮤지컬 캠프에 참가하며 실력을 다졌다. 뉴욕대 연기과를 지원했을 땐 연극 ‘브라이튼 비치 메모아(Brighton Beach Memoirs)’의 노라 역과 ‘발할라(Valhalla)’의 샐리 역을 준비해 당당히 합격했다. 이쯤 되니 집안에서도 딸의 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배우의 길은 함연지에게 또 하나의 관계이자 색다른 경험이고, 더 넓은 세상이었다. “제가 사람을 좋아해요. 배우는 사람을 공부하고 표현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 안에서 살면서 느끼고, 밖에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어떤 캐릭터를 이해할 때마다 사람들 모두를 하나로 만들고,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서 연결되는 아름다움을 느껴요. 그래서 배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함연지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아버지다. 뮤지컬 ‘차미’ 공연장엔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산복을 입은 채 지인과 함께 하는 함영준 회장의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게다가 유료 관객이다. “오디션을 보거나 작품에 들어갈 때 아빠한테 다 이야기하고, 상의를 많이 해요. 모르는게 없을 정도예요.”

배우이기 전에 ‘오뚜기 3세’로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함연지는 “저라는 존재를 오뚜기를 통해서라도 알아주시면 감사하다”고 말한다. “오뚜기에 누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집 가훈이 ‘매사에 적극, 범사에 감사’예요. 어릴 땐 그 말이 지겨웠는데, 지금은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내내 환하게 웃던 함연지의 눈에 잠시 단단한 다짐이 새겨졌다. “‘미스백’처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추면서 대화를 장을 끌어내는 작품을 하는게 꿈이에요. 배우로서 그런 작품의 도구로 쓰인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공감할 수 있는 배우, 솔직하고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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