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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코로나’인류의 DNA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적은 없었다'…미증유의 사태'
지구화, 도시화, 생태위기가 상황 키워
최재천 교수,‘자연보존이 경제적 이득’,
백신개발은 뒷북, ‘생태·행동백신’이 답
장하준 교수, 취약한 자영업자 도와야
언택트'디지털문명으로 전환' 불가피
국가 정책 전환, 개인의 적응 도와야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사회화, 모든 것이 무너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구적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쳐온 4개의 체제가 흔들리면서 문명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뀐다.”(‘코로나 사피엔스’에서)

“역사상 전례 없는 인류의 자연 침범, 그리고 바이러스에게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제공하는 공장식 축산과 인구 밀집, 지구온난화,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냈다. 이를 반성하고 고치는 것이 생태백신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코로나19를 인류의 생태파괴적 생활방식에 대한 경고로 해석, 이를 바꾸는 노력이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한다.

설사 코로나 19 백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3~5년마다 출몰한다면 인류는 속절없이 당하고 뒷북만 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따라서 화학백신은 답이 아니며, 생태백신과 행동백신만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재천, 장하준, 최재봉 등 여섯 명의 석학이 코로나 사태를 성찰한 ‘코로나 사피엔스’(인플루엔셜)는 경제, 사회, 정치, 심리 등 생활 다방면에 걸쳐 코로나 19가 가져올 전면적 변화와 기회를 살핀다.

최재천 교수는 특히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가깝고, ‘바이러스의 저수지’로 불리는 박쥐의 경우 열대지역에 수많은 종이 살고 있는데 기후 변화 때문에 계속 온대 지방으로 옮겨오고 있다며, 바이러스와 세균을 옮기는 매개동물의 분포범위가 넓어지면서 온대지방에 전염성 질병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예로 뎅기열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대만까지 북상했으며, 우리나라를 건너오는 건 이제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이 진짜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계산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사람이든 자연이든 절제된 접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제학자 장하준은 이번 코로나19사태에서처럼 수요와 공급, 소비가 한번에 붕괴하는 상황은 없었다며, 미증유의 사태로 규정한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붕괴된 상황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마련인데, 우리의 경우, 취약한 자영업자들이 경제 위험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 영국은 자영업자에게도 임금생활자처럼 소득의 80퍼센트까지 보전해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엔 국민 10퍼센트가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고, 유럽 각국은 복지 축소· 긴축 재정으로 의료서비스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선 경제성장보다 국민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 목표가 되야 한다며, 이번 위기를 통해 더 안전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를 재조직하는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재봉 성균관대 서비스튱합디자인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언택트 문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할 것이란 얘기다. 최 교수는 이를 ‘포노(스마트폰의 라틴어) 사피엔스’문명으로의 전환이라고 말하는데, 인류의 생활 공간이 스마트폰을 쥐고 어디든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 디지털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것을 말한다. 비대면 방식으로 감염을 줄이는 것은 결국 인간의 DNA가 생존율을 높이는 쪽을 선택한 것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디지털플랫폼을 통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우리나라에선 불법이란 사실이다.

최 교수는 이번에 드러난 문제 중 하나가 원격진료라며,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이미 국가에서 시행중인데 우리는 불법이다 보니 코로나 19 감염의 두려움에도 많은 환자들이 내원해 진단을 받아야 했다고 지적한다. 기존 일자리에 위협이 되면 일단 규제 대상으로 삼는데, 코로나 19는 규제가 무용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영세한 소상공인부터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문명에 익숙해져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표준이 달라지면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금을 구한말에서 개화기로 넘어가는 시기와 같다고 비유한다. 정부 역시 ‘디지털 문명은 정해진 미래다'라는 생각을 갖고 정책의 표준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인들이 디지털 문명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쪽으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도 함으로써 상생의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포노 사피엔스들은 놀라운 대응을 보여줬다는 것. 코로나 확진자 파악 앱, 공적 마스크 구매 앱 등 스스로 개발해 무료 배포했고, 이번 사태를 주도했다. 기존 세대들도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 문명으로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근본적인 인식의 틀, 가치 전환을 강조한다. 특히 ‘야수자본주의’가 활개 치는 한국 현실에서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수월성 사고· 실력주의에서 존엄성 사고, 말 그대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동등하게 보는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치던 네 개의 구조, 즉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생태 위기 등이 코로나 19사태를 부추켰다며, 이젠 이전의 똑같은 생활방식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중시하고 어떤 식의 미래를 만들고 싶은지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석학들의 진단과 전망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19 혹은 코로나와 함께 사는 시대에 변화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코로나 사피엔스/최재천 외 지음/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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