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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가 사랑 받고 싶어하는 이유

TV 예능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를 보면 길들여지지 않은 사나운 개도 몇 번의 훈련 만으로 쉽게 경계심을 풀고 주인의 몸짓 지시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게 한번 형성된 신뢰는 애정으로 오랫동안 이어지게 된다.

무엇이 개를 인간의 훌륭한 동반자로 만들어주며, 개만이 지닌 독특한 능력은 무엇일까?

동물행동과학의 권위자 클라이브 D.L. 윈 박사는 개의 인간을 향한 사랑의 과학적 근거를 찾아나서는데, 떠돌이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부터 늑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와 러시아 유전학 연구소에서 가축화된 여우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궁금증은 개의 특별함이 똑똑한 개들이 수행하는 인지능력에 있는가에서 시작된다. 윈 박사는 장난감 언어를 2000개 이상 구별해내는 똑똑한 체이서 개의 능력을 관찰하면서 개의 특별함은 인지능력이 아니라 정서적 능력에 있음을 알아간다. 즉 개의 다양한 능력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획득될 수 있는 것이며, 일정부분 다른 동물들도 가능하기 때문에 개의 고유성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윈은 여기에 조건반사로 유명한 파블로프의 잊혀진 다른 연구를 소환하는데, 이른바 동반자의 필요성을 밝힌 ‘사회적 반사 작용'이다. 인간의 유무에 따라 개의 정서적 반응 강도가 달라진 실험이다.

윈은 이를 잇는 실험을 고안해내, 보호자가 출근해 집을 비우고 사료도 없는 상태에서 저녁에 보호자가 돌아왔을 때 개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에 참가한 개들은 모두 주차장에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선 보호자와 그 옆에 놓인 사료 중 무엇보다 먼저 보호자를 반기며 튀어오르는 행동을 보였다.

윈이 찾아낸 개가 사람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보여주는 연구들은 이어지는데, 한 실험에선 개가 보호자에 갖는 유대감이 엄마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한 유아가 보여주는 행동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반려견이 아닌 거리에 떠돌아 다니다 죽음에 직면하거나 먹을 것을 얻지 못할 떠돌이개들도 인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음식 보다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반응을 보였다. 매일 먹을 거리를 찾아나서야 하는 음식이 절실한 떠돌이개들이 “종종 소중한 보상인 음식을 희생하면서까지 사람들과 함께 있기”를 택한 것이다.

윈은 개의 인간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을 입증하기 위해 신경학, 유전학으로 파고드는데, 개와 인간이 서로의 눈을 바라볼 때 사랑과 행복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치솟았으며, 인간이 개를 무시해도 개의 옥시토신 수치가 증가한다는 결과들을 제시한다.

결정적인 연구는 극단적인 사교성을 보이는 윌리엄스 증후군과 개의 애정이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데 있다. 개가 늑대로부터 갈라져 진화하는 과정에서 사교성에 관련된 유전자가 선택됐음을 찾아낸 것이다. 개의 품종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 정도도 달랐다.

윈은 수많은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걸 개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로 규정한다.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 개와 인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맺는 방식을 탐색하는데, 천만 반려동물 시대에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해주는 책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클라이브 D. L. 윈 지음,전행선 옮김/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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