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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고사니즘’?…공연 예술은 누가 지키나
포스트 코로나 돌파구 ‘공연 영상화’
영세 제작사·소극장은 엄두도 못내
현장 예술가에 ‘직접지원 예산’ 절실
공연 단축·취소…연극도 뮤지컬도‘ 아우성’

코로나19 시대를 관통하며 공연계는 ‘뼈 아픈 현실’을 마주했다. 10만원을 호가하는 공연 예술을 ‘사치제’로 여기는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예술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찾기 어려웠다. ‘먹고사니즘 이후의 예술’ 문제가 대두됐다. 예술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인식으로 인해 공연예술계 안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종사자들은 사각지대에 갇히게 됐다. 위기는 가장 취약한 곳부터 찾아왔다. 소극장과 영세 기획사부터 문을 닫았고, 프리랜서 스태프와 배우들은 밥줄이 끊겼다.

성수기로 꼽히는 지난 5월 공연계 전체 매출액은 112억3846만원. 전월 47억1000만원보다 두 배 이상 올랐지만 비수기인 1월 공연계 매출액(388억원)과 2월 매출액(215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코로나19 재점화로 완벽한 회복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를 지내오며 업계가 절감한 것은 위기를 이겨낼 ‘정책의 부재’였다. 오경미 문화예술노동연대 사무국장은 “관행처럼 이어진 악습과 예술인이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등 현장에서 누적된 문제들이 코로나19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선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는 문제가 생계를 위협하게 됐다. “프리랜서 배우와 스태프가 계약서 없이 무대에 오르면 공연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어 소득 증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로 인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지 않아 완전한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것이다. 다행히 개선 여지가 생겼다. 서면계약 위반사항 조사권과 시정명령권이 신설된 예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4일부터 시행된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공연예술계의 융자 지원이 있었으나 현장에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오 사무국장은 “예술인이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다른 직군에선 무조건 이뤄진 것이 융자나 대출로 이어졌다”며 “결국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것은 ‘직접적인 지원’이었다. 오 국장은 “고용노동부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특히 예술인을 직업으로 인식하고, 이들의 평균 임금, 수익 등 노동 조건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코로나19를 겪으며 절감하게 됐다”고 했다.

기획사, 제작사의 어려움도 외면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먼저 폐업의 길로 접어든 쪽은 영세 기획사와 제작사, 소극장이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줄줄이 취소, 연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만회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는 이러한 위기 상황으로 인해 “정부 지원의 하나로 국가 주도의 행사 보험 시장 확대”를 강조했다. 협회는 “시판되는 행사 보험 대부분의 보장 범위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포함하지 않아 재난 상황에서 무게감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지혜원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발생으로 인해 공연이 중단, 취소되는 것을 대비한 보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기획사나 공연장, 각각의 입장을 조금 더 치밀하게 계약서에 언급할 필요가 있다. 또 프리랜서가 많은 시장 상황에 맞게 보험을 강화하고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와중에 업계의 돌파구로 떠오른 것은 ‘공연 영상화’ 사업이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선보인 온라인 공연은 미래의 관객들을 컴퓨터 앞으로 모았다. 문제는 제작 비용과 저작권. 이로 인해 영세 기획사나 제작사에선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영상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제작사, 스태프, 배우에게 직접적인 지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김명곤 연출가는 “서울시가 예산을 편성해 배우로 참여했던 연극 ‘흑백다방’을 세종문화회관에서 무관중 생중계로 촬영, 온라인에서 상영해 제작자는 손해를 만회하고, 배우는 개런티를, 스태프는 임금을 받으며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연출가는 “재난은 반복적으로 찾아온다. 타격을 입은 수천명의 예술가들의 돌파구와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장 예술가들이 재난 상황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공연 영상 제작 지원 제도를 강화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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