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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위험사회

“한국에서 코로나감염증 확진자가 최대 340만명 발생할 수 있었지만 1만1000명에 그쳤다. 전 세계적으로 400만명이 감염될 것이고 그중 38만명이 사망할 것이다.”

캐나다질병모형센터(Canadian Centre for Disease Modeling)와 협업하고 있는 토론토대 공공보건대학 역학과(Epidemiology) 피스만(David N Fisman) 교수의 주장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잘 대처하지 않았더라면 5월 중순에 최고조에 달했을 것이다. 5월 17일 현재 우리나라 확진자는 1만1050명으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상황은 여전히 위험하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선진국에서 특히 감염자와 사망자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이탈리아·스페인·영국·프랑스·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서 감염자 숫자가 10만명을 넘었다. 사망자 숫자도 2만명을 넘나든다.

왜 그럴까?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을 깨는 결과는 무엇을 말하는가?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산업사회에서 ‘위험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여태까지 우리는 빵을 두고 다퉜다. 해결책은 사회복지다. 삶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대부분 외부에서 온다. 자연을 변형시켜서 안전을 확보한다. 과학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다.

게다가 사회복지제도까지 시행함으로써 안전장치까지 확보한다. 산업사회다.

그런데 지금 선진사회는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굶주림이 아니라 비만과 싸우고 있다. 오염과 감염 없는 환경에서 살기 위해 서로 다툰다. 경제적·기술적으로 발전하면서 자체적으로 위험을 양산하고 있다. ‘위험사회(Riskogesellschft)’다. 안녕과 복지를 보장하는 풍요로운 산업사회를 향해 달려왔다. 그러나 위험하기 그지없는 위험사회에 도착했다.

위험사회는 위험집단을 생산한다. 코로나감염증 때문에 죽는 사람은 젊은 사람보다 늙은 사람이다. 미국에서 백인보다 흑인이 더 많이 감염되고 사망한다. 중국에서는 생화학무기연구소가 있는 우한에서 발병한다. 위험연령층·위험인종·위험지역에 위험이 분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험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 위험집단은 생겨나지만 그 위험은 결국 구성원 전체로 확산된다. 언젠가는 위험을 생산하거나 위험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도 위험에 희생될 것이다.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암 발병률을 높였다. 지금은 온 국민이 미세먼지로 고통당한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마스크 때문에 우왕좌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품질 좋은 마스크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일상적으로 쓰고 다녔기 때문이다.

우한 폐렴·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후쿠시마 원전 등으로 인한 충격은 국경을 넘었다. 세대도 가리지 않았다.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잘 대처해서 불 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난·굶주림·질병 등 인류를 괴롭히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해왔다.

이제는 사회 발전 그 자체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엄격하게 우리 스스로를 검열해야 한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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