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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인 수도자들이 수집한 한국문화재 110년 만에 조명
국외소재문화재재단, 獨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협력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최응천)은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 설립 역사상 최초로 한국문화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물을 도록으로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이 15번째 ‘국외한국문화재총서’로 발간한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는 독일 현지에서 2016년과 2017년에 2년에 걸쳐 실태조사한 한국문화재 1021건 1825점에 대한 연구성과물을 담은 도록식 보고서이다.

여기에는 1909년 이래 성 베네딕도수도원(현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자리)에 파견된 상트 오틸리엔 선교베네딕도회 소속 선교사들이 수집한 한국문화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상세히 담겨 있다.

베버 총아빠스의 무성기록영화 〈한국의 결혼식〉의 한 장면 (사진제공: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실)
베버 총아빠스의 무성기록영화 〈한국의 결혼식〉에 등장하는 신부 혼례복 녹원삼.

이 보고서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대상은 선교박물관의 한국컬렉션 형성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노르베르트 베버(Norbert Weber, 1870~1956) 초대 총아빠스가 1911년과 1925년 한국 방문 시 수집한 문화재들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20세기 초 한국컬렉션인 베버 수집품 373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그의 소장품이 등장하는 도서 및 영상물 등의 자료 정리와 연구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이번 보고서 발간의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영화를 촬영하는 베버 총아빠스(왼쪽)와 다베르나스 카누토 신부(오른쪽) (사진제공: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실)

베버 총아빠스가 제작한 〈한국의 결혼식〉(1925)은 신혼부부를 섭외하여 함경남도 안변군 내평본당에서 촬영한 무성기록영화로, 실태조사를 통하여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신부와 신랑이 입었던 혼례복 등이 선교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음을 새롭게 밝혔다.

또한 베버 총아빠스의 금강산 유람기인 ‘한국의 금강산에서(1927)’에 게재되어 있는 일본인 화가의 그림 〈금강산만물상도〉의 실물이 선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소개하였다.

1908년부터 1913년까지 5년여 동안 존속했던 한성미술품제작소(이왕직미술품제작소 전신)에서 제작한 희소 공예품들도 소개되어 이 분야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세이엔 〈금강산만물상도〉 ‘세이엔 勢園’이라는 호 또는 이름의 일본인 화가가 그린 〈금강산만물상도〉로, 근대기 한국의 금강산 여행지에서 유통된 작품의 귀한 예로서 의의가 있다.
노르베르트 베버의 『한국의 금강산에서』(1927)에 실린 〈금강산만물상도〉
한성미술품제작소 〈은재떨이〉 한성미술품제작소는 전통 공예의 근대 산업화를 목적으로 1908년 황실의 후원으로 설립되었는데, 1913년 이왕직미술품제작소로 인수되기 전에 제작된 희소 공예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재단은 또한 수도원 대성당에 안치된 김대건 신부의 성해(聖骸)와 관련된 〈유해증명서〉(1920년에 작성)와 〈성해주머니〉가 선교박물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21년은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이다.

보고서에는 재단이 지난 7년여 간 선교박물관과 함께 해온 활용·보존복원, 교육, 기증 등 많은 성과들이 집대성되어 있다. 재단은 그간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보군이 입었던 〈면피갑〉을 2018년에, 그리고 〈혼례용 단령〉을 선교박물관으로부터 올해 2월에 기증받은 바 있다. 여기에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박현동 아빠스)의 도움이 컸다.

최초의 한국인 신부인 김대건(金大建, 1821~1846) 신부와 프랑스 선교사 세 명의 유해에 대한 증명서이다. 원산 감목구장 보니파시오 사우어(Bonifaz Sauer, 1877~1950) 주교 아빠스가 1920년에 작성하였다.
독일에서 만든 성해주머니로, 김대건 신부의 흉골을 담아 선교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1887년 상트 오틸리엔(St. Ottilien)에 베네딕도회 수도원 설립되고, 1911년, 선교사 교육 목적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수집한 문화재를 기반으로 선교박물관이 건립됐다. 한국문화재는 약 1825점으로, 1909년 선교를 시작한 이래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안드레아 에카르트(1884-1974), 도미니코 엔스호프(1868-1939), 보니파시오 사우어(1877-1950) 등이 수집했다. 한국실을 상설 운영 중이며, 2015년 리모델링 후 재개관했다.

재단은 2012년에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4만여 점에 대한 국외문화재를 조사·연구하였고, 그 결과물을 총 22권의 실태조사 보고서로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들은 국내외 국공립 도서관과 연구기관에 배포되어 열람이 가능하다. 앞으로 이 보고서가 일반 국민들에게 해외박물관 소장 한국컬렉션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국외문화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재단측은 밝혔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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