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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에 美육류가공업체는 “살려달라”…돼지농가는 “죽여달라”
미 대형 육류가공업체 회장, 주요 일간지에 전면광고
“식량 공급망 무너진다” 경고성 호소
돼지 축산농가들은 살처분 방안 모색
미국 조지아주 육류가종업체 타이슨 푸드의 한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육류를 가공하고 있다. 사진은 이달 초 촬영한 것으로, 타이슨 푸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비닐 칸막이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육류 소비가 크게 줄고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육류가공업체와 돼지 축산농가가 저마다 아우성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대형 육류가공업체 타이슨 푸드의 존 타이슨 회장은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에 나란히 “식량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냈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 먹을거리를 공급할 책임이 있다”며 “이는 공중보건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미국의 식탁에서 육류가 이대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성 호소로 풀이된다.

현재 타이슨 푸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아이오와주 워털루의 돈육 공장을 무기한 폐쇄하는 등 심각한 경영 차질을 빚고 있다. TSN과 JBS 등 다른 대형 가공업체들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CNBC방송에 따르면 투자자문사 번스타인의 알렉시아 하워드 연구원은 고객 메모에서 “전반적인 공장 폐쇄와 인력 감축으로 TSN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4주간 60%, 쇠고기는 35%, 닭고기는 20%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타이슨 회장의 호소가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육류가공 공장은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일을 하는 탓에 전염병에 취약하지만 타이슨 푸드는 적절한 대처하지 않아 직원들을 코로나19에 노출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WP는 타이슨 푸드가 공장 노동자에게 4월 초까지도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7일 전미식품상업노동조합(UFCW)은 최소 13명의 포장 및 식품가공직 근로자가 코로나19로 사망했으며 수천명이 양성반응을 보이거나 코로나19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돼지 축산농가에서 농민이 축사를 둘러보고 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육류 소비가 감소하자 돼지 축산농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AP]

어려움은 돼지 축산농가도 마찬가지다. 닭 같은 가금류는 부화 시기와 양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소는 방목량을 늘리는 식으로 수요 감소에 대처할 수 있지만 돼지는 공급 조절이 쉽지 않고 크는 속도도 빨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에 가장 큰 타격을 맞고 있다.

급기야 미 농무부는 살처분까지 논의하는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농무부는 산하 기관을 설립해 주 당국자들과 함께 축산농가에 살처분에 대한 조언과 도움을 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농무부는 소매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30억달러 규모의 농산물과 육류 등을 생산농가로부터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키워놓은 돼지를 받아줄 가공업체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돼지 농가에게 현실적인 마지막 해결책은 살처분뿐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미국에서 가공업체에 팔리는 돼지는 하루에 51만마리에 달하지만 현재 매일 10만5000마리가 팔리지 못한 채 농장에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돈육협회(NPB) 회계담당자이자 아이오와주에서 돼지 축사를 운영하는 진 노엠은 WSJ에 “우리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주 가슴 아픈 결정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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