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로 몇 주 안에 ‘탱크톱’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로 나흘 만에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사진은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한 원유 저장 탱크 시설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제유가가 나흘 만에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로 ‘탱크톱(tank top·원유저장 탱크가 가득 참)’이 몇 주 안에 발생할 것이란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16달러(24.6%) 떨어진 12.78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장중 30% 넘게 하락하며 11달러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주 마이너스권까지 폭락했던 국제유가가 ‘V자형 곡선’으로 급반등하면서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상승분을 하루 만에 모두 반납하며 곤두박질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1.45달러(6.8%) 하락한 19.9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수요 급감과 공급 과잉 국면이 장기화 하고 있는 상황에, 곧 저장 공간 자체가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며 유가가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이 5~6월 두 달간 하루 97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하루 2000만~3000만배럴로 추정되는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저장고에 쌓여있는 원유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면서, 저장고가 3~4주 안에 한계치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수요가 당장 몇 개월 안에 회복하기 힘들다는 공포가 원유 선물 시장 전체를 강하게 짓누르며 6월물을 건너뛰고 만기가 많이 남은 계약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유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로 몇 주 안에 ‘탱크톱’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로 나흘 만에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원유 생산 시설의 모습. [AP]

미국 최대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인 ‘US오일펀드’가 보유한 WTI 6월물을 일제히 매각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당장 6월물 WTI가 만기가 되는 다음 달 19일 또다시 마이너스 유가가 출현할 것이라고 선물시장 참여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마이너스 유가 등장으로 인해 석유기업들이 줄도산할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원유 컨설팅 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비요나르 톤하우겐 대표는 “시장은 저장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 당장 추가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마지막 카운트다운에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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