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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풋풋한 2030 소설…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뭘까? 왜 누군가는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사람들은 이야기에 빨려들까. 이야기의 본질에 관한 이 질문은 바로 소설의 질문이기도 한데, 이는 인간의 본능과 연결된다.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작가 박규민(28)은 이야기의 속성에 진지하게 다가가는데, 그의 말대로, “왜 혼자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지” 알아가는 것 같다. 그의 단편 ‘어쩌다가 부조리극’은 가까운 가족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지점, 이해한다고 믿기 혹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인정하기 쯤 어딘가에 주인공들이 있다.

이야기는 아버지가 어린 나와 누나를 바닷가에서 식당을 하는 할머니에게 맡기고 떠나면서 시작된다. 둘은 천방지축 유년기 시절에서, 누나는 청소년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할머니와 함께 식당에 안착하고,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탈출, 취직한 뒤 가족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며 내려오라는 누나의 전화에 시간이 퇴적된 바닷가 마을로 향한다. 아이들을 맡기고 떠난, 베트남에서 인형을 수입하는 일을 하는 아버지. 주방으로 난 큰 창을 통해 늘 바다를 바라보는 할머니, 누나와 할머니의 묘한 관계, 나를 아빠로 착각하는 할머니에 대해 작가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이해한다고 느끼는 지점을 암시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런 모호함이야말로 우리 관계의 모습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2030 젊은 작가들의 소설집 ‘미니어처 하우스’(은행나무)는 타인, 그 중에서도 가족과 연인 등 가까운 이들을 이해하는 게 가능한 것인지 미세한 틈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김아정(28)의 소설집 표제작 ‘미니어처 하우스’는 배 다른 언니와 또 다른 남자를 만나 집을 나간 엄마라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보여준다. 날카로운 부딪힘 대신 작가는 고등학생인 나의 시선으로 경쾌하게 끌고간다. 똑 부러지고 예민한 성격에 벼린 칼 같은 말로 엄마와 나를 무력화시키는 언니와 두 딸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번역일을 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도 쌓아가는 ‘사랑꾼’ 엄마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나는 그래도 언니와 사는 쪽을 택한다.

엄마는 철모를 때 미혼모로 언니를 낳았고, 나는 재혼한 아빠의 딸이니 사실 누구와도 혈연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날 언니가 사라졌다. 언니의 최애소장품 인형의 집을 보며, 언니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나서는데, 나는 언니에 대해 아는 게 없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집은 이 외에 박선우(35)의 ‘빛과 물방울의 색’, 오성은의 ‘창고와 라디오’가 함께 실려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미니어처 하우스/김아정 외 지음/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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